초롱이/초롱이일기

아줌마! 저 이상해요..

토달기 2010. 11. 30. 14:09

 

2010년 11월 19일

 

며칠 전 부터 내 몸이 이상하다.

계속 구토를 한다.

먹어도 하고,안 먹어도 하고....

아무리 아파도 입맛이 없었던 적은 없는데 입맛도 없다.

.

 

 

기운도 없다.

그래서 누워 있을 수 밖에 없다.

 

아줌마,아저씨는 이런 내가 이상했는지 나를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셨다.

의사 선생님이 검사를 해 보자고 하신다.

그래서 초음파도 찍고 이런 저런 검사도 받고 링거액도 맞았다.

 

검사 결과 내 위장에 뭔가 제법 큰 것이 있단다.

그리고 수술 어쩌구 저쩌구 하신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아줌마, 아저씨는 표정이 좋지 않다.

 

 

 

그 다음 날 내가 계속 토를 하고 밥도 못 먹으니 큰 병원에 가자며 길을 나섰다.

곧 주말이고 큰 일이 나기 전에 차라리 수술을 하자는 걸로 의견이 났다.

 

"검아,초롱이 검사하고 수술하면 대략 백 만원은 든다는데,

그 돈이면 초롱이 같은 강아지 두 세마리는 사겠다."

 

저건 무슨 뜬금없는 말인가?

정확한 뜻은 모르겠지만 기분이 확 상한다.

 

"엄마,무슨 말씀이세요?

치료비 없으시면 제가 드릴게요.."

"네가 무슨 돈이 있어서?"

"제 통장에 있는 돈 꺼내서 초롱이 치료해 주면 되잖아요."

 

오빠가 나를 위해 치료비를 대주겠단다.

평소에 나에게 장난만 치고 괴롭히는 오빠가 나를 위해....?

오빠가 고마워진다.

나를 그렇게 생각해 주는 줄은 몰랐다.

 

 

 

차를 타고 꽤 멀리 왔다.

아저씨가 나를 안고 병원으로 들어갔다.

순간 겁이 난다.

주사를 맞는 건가..

아니면 수술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 건가..

 

 

 

의사 선생님이 이것 저것 물으신다.

또 이 검사 저 검사..

다행히 수술은 안해도 된다는데..

아줌마,아저씨가 그나마 다행이라고 좋아 하신다.

 

 

 

앞으로 약과 의사 선생님이 주신 특별한 음식만 먹어야 한단다.

통닭 같은 요리는 꿈도 못꾼다.

이렇게 요리 책을 보니 가슴이 저며 온다.

 

 

한 때 좋던 시절도 있었는데..

양 손으로 뼈다귀를 잡고 뜯던 그날...

왠지 이런 시절은 내게 다시 오지 않을 것만 같다.

 

아줌마는 할아버지와 아저씨와 참으면 아무일 없다고 하는데...

뭔 말인지...

쩝..쩝..

 

 

 

당분간은 저걸 먹어야 한단다.

냄새를 맡아 봤는데 도무지 어떤 맛인지 모르겠다.

에고고...

 

아줌마는 자꾸 물으신다.

"초롱아! 도대체 뭘 먹으거냐?

말 좀 해봐.."

 

솔직히 모르겠다.

난 생각따위는 하지 않고 먹기 때문에....

 

 

 

오빠는 내가 불쌍한지 나를 업어 주기까지 한다.

왠지 고마우면서도 살짝 불편하다.

오빠가 왜 이리 오버하지?

 

"검아..엄마는 네가 초롱이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몰랐어..

병원비를 다 대준다고 하고..."

" 초롱이 없으면 누구한테 장난을 쳐요?"

 

엥?

장난치고 싶어서 내게 그렇게 호의를 베푼다는 것인가?

 

허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