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이/초롱이일기

으악!!! 목욕은 싫어....

토달기 2010. 12. 9. 10:46

 

 

 

 

 

                                             

                                                                             2010년   12월  8일   수요일

 

비가 오려나...눈이 오려나...

 

느른하게 낮잠을 자고 있을 때였다.

따뜻한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부드럽게 쓰다듬는 걸 보니 아저씨가 틀림없다.

살짝 눈을 뜬다..

 

 

 

 

 

매끈하고 날씬한 다리..

부숭부숭한 다리털..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울 아저씨다.

 

앗!!!! 생각해보니

이건..내게 위기가 닥쳐왔다는 뜻이다.

아저씨가 바지를 걷어 올렸다는 건...

정신이 번쩍 난다.

 

일단 냅다 도망을 쳤다.

 

 

 

 

이럴 땐 소파밑이나 침대 밑이 최고다..

내가 순진하고 뭘 모를 땐 먹을 것을 주면 나갔지만

지금은 어림없다.

절대 나가지 않을테다.

아저씨가 "초롱아,초롱아  이리 나와"하고

자꾸 부르신다.

나도 모르게 짖었다.

"아저씨,전 못 나가요.."

 

 

 

 

아저씨의 길쭉한 팔이 소파 밑으로 들어오더니 나를 끌어냈다.

아저씨를 온 힘을 다해 물었다.

 

"욘석이,어디를 도망가..그리고 아저씨를 물어..

너 그러다 네 이빨 부러져..

넌 물어도 하나도 안 아픈거 몰라.."

 

 

 

 

 

나의 격렬한 반항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는 욕실로 잡혀 들어왔다.

 

 

 

 

에구구...

 

정말 난 목욕이 싫다.

"아저씨

제발 살살 ,따뜻한 물로해 주세요.."

 

 

 

 

 

오로지 털발로 살아온 내 견생..

이렇게 물에 젖으면

정말 볼품이 없다.

"아저씨 자세히 보지 말아주세요..

정말 저 못생겼죠..에이 씨.."

 

 

 

 

"너 얼굴에서 냄새 무지 나는거 알지..

여길 잘 닦아야 해..

그리고 어린 것이 얼굴에 왜 이리 주름이 많냐.."

 

"으으...아픈 데를 찌르시고..

아저씨는 주름 더 많으면서..치.."

 

 

 

 

"등 닦게 잘 기대.."

 

"아저씨.. 왼쪽.. 왼쪽..좀 잘 닦아 주세요..

거기가 항상 가려워요.."

 

"여기..알았어.."

 

"아...시원하다..."

 

 

 

"아줌마..창피하니까 사진 찍지 말아주세요..제발.."

 

나는 목욕이 정말 싫다.

눈 코에 물 들어가는 것도 싫고

젖은 생쥐꼴이 되는 것도 싫다.

그래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반항을 해 보지만

이상하게 아저씨를 이길수는 없다.

 

 

 

그래도 목욕을 하면 개운하긴 하다.

그리고 아저씨 아줌마가 나를 훨씬 더 많이 안아 주신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건 평소 잘 주지 않는

간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만인가?  이런 간식..

모처럼 맛난 간식을 먹으니 꿈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