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8일 수요일
비가 오려나...눈이 오려나...
느른하게 낮잠을 자고 있을 때였다.
따뜻한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부드럽게 쓰다듬는 걸 보니 아저씨가 틀림없다.
살짝 눈을 뜬다..
매끈하고 날씬한 다리..
부숭부숭한 다리털..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울 아저씨다.
앗!!!! 생각해보니
이건..내게 위기가 닥쳐왔다는 뜻이다.
아저씨가 바지를 걷어 올렸다는 건...
정신이 번쩍 난다.
일단 냅다 도망을 쳤다.
이럴 땐 소파밑이나 침대 밑이 최고다..
내가 순진하고 뭘 모를 땐 먹을 것을 주면 나갔지만
지금은 어림없다.
절대 나가지 않을테다.
아저씨가 "초롱아,초롱아 이리 나와"하고
자꾸 부르신다.
나도 모르게 짖었다.
"아저씨,전 못 나가요.."
아저씨의 길쭉한 팔이 소파 밑으로 들어오더니 나를 끌어냈다.
아저씨를 온 힘을 다해 물었다.
"욘석이,어디를 도망가..그리고 아저씨를 물어..
너 그러다 네 이빨 부러져..
넌 물어도 하나도 안 아픈거 몰라.."
나의 격렬한 반항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는 욕실로 잡혀 들어왔다.
에구구...
정말 난 목욕이 싫다.
"아저씨
제발 살살 ,따뜻한 물로해 주세요.."
오로지 털발로 살아온 내 견생..
이렇게 물에 젖으면
정말 볼품이 없다.
"아저씨 자세히 보지 말아주세요..
정말 저 못생겼죠..에이 씨.."
"너 얼굴에서 냄새 무지 나는거 알지..
여길 잘 닦아야 해..
그리고 어린 것이 얼굴에 왜 이리 주름이 많냐.."
"으으...아픈 데를 찌르시고..
아저씨는 주름 더 많으면서..치.."
"등 닦게 잘 기대.."
"아저씨.. 왼쪽.. 왼쪽..좀 잘 닦아 주세요..
거기가 항상 가려워요.."
"여기..알았어.."
"아...시원하다..."
"아줌마..창피하니까 사진 찍지 말아주세요..제발.."
나는 목욕이 정말 싫다.
눈 코에 물 들어가는 것도 싫고
젖은 생쥐꼴이 되는 것도 싫다.
그래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반항을 해 보지만
이상하게 아저씨를 이길수는 없다.
그래도 목욕을 하면 개운하긴 하다.
그리고 아저씨 아줌마가 나를 훨씬 더 많이 안아 주신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건 평소 잘 주지 않는
간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만인가? 이런 간식..
모처럼 맛난 간식을 먹으니 꿈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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