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말로의 영향인지 아침 바람이 제법 선선하다.
어제 베란다를 보니 요녀석이 꽃을 피웠다.
평소 제3의 성 '아줌마'인 내가
여성으로 급변신하는 순간이다.
2년전인가 3년전인가
봉평에 있는 허브나라에 갔다가
너무 예뻐서 사왔다.
평소 부추와 같은 재미 없는 모습으로 살다가
이 무렵이면 꽃을 피워
나의 사랑을 듬뿍 받는 꽃.
제주도 휘닉스아일랜드에가면
화단에 잔디대신 이 꽃을 심어 놓았다.
제주의 센 바람에 이리 흔들 저린 흔들
용케 잘도 버티는 요녀석 정말 대견하다.
나도 베란다 한가득 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실란 (흰꽃나도샤프란,제피란서스 칸디다)
수선화과 다년생 식물이다.
키우기 까다롭지 않아 좋다.
fairy lily, zepher lily라고도 불리며
비 온 뒤 꽃이 핀다하여 rain lily라고도 불린단다.
이름 정말 많구나..
한 귀퉁이에 자리잡고 있는 동양란이다.
시아버님 선물로 왔던지 행사 뒤에 아버님이 가져오셨던지
아마 그랬을것이다.
난을 키우는 것은 쉬운일이 아닌 것 같다.
본의 아니게 많이 키워봤지만 책이나
사진에서 보는 것 같은 모양새는 아니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식물이나
어린 모습이 제일 아름답다.
태어난지 한 달 쯤 된 아기,
태어난지 한 달 쯤 된 강아지,
꽃망울을 터뜨리기 전의 꽃.
그 아슬아슬한 모습을
그 무엇에 비하랴..
오늘 드디어 꽃망울을 터뜨려 꽃을 피웠다.
사진으로 보니 더 예쁘다.
어수선한 베란다에 감춰져 있어
관심을 가져야만 볼 수 있는 기쁨이다.
검이가 돌아오면 말해 줘야겠다.
이 꽃은 향이 정말 진하다.
저녁이 되면 절정에 이르는데
이 화분 하나로도 거실 전체가
그 향으로 가득찬다.
이리 저리 뒤적뒤적 찾아보니
'금침'인가 보다.
가격도 꽤 비싼가 보다.
미안하구나.
이제야 네 이름을 알아서..
9월 15일
올해는 꽃이 제법 많이 핀다.
한 두 송이
기껏해야 세 송이 더니...
아직 피지 않은 꽃대까지 있는 것 보니
마음이 흡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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