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이/초롱이일기

할머니..아줌마는 애기가 아니에요!

토달기 2011. 4. 7. 11:19

 

 

2011년 4월 2일

 

안방 제일 따뜻한 한 구석에서 오늘도 변함없이

몸을 지지며 자고 있었다.

벨소리가 난다.

집배원 아저씨겠지....

 계속 잠을 청하는데 부엌에서 부스럭 소리가 난다.

 

킁..킁...

응?

이 냄새는 ...

외할머니다.

 

부스스한 얼굴로 나른한 몸을 일으킨다.

 

 

 

 

역시 내 코는 개 코다..

아직은 성능이 좋은...

 

"할머니..오셨어요?"

"잉..초롱이도 잘 있었냐?

털 깎으니까 이쁘구먼..."

 

 

 

오늘도 변함없이 반찬을 한 가득 가지고 오셨다.

지하철을 저런 걸 가지고 타면 냄새가 많이 날텐데...

 

"엄마..이제 안 오셔도 돼에..

가까운 거리도 아닌데..이걸...나 참나..."

 

아줌마는 너무 하다.

나이가 많이 드신 할머니가 무겁고

냄새나는 반찬을 왜 가지고 오게 만드시는지....

원래 아줌마가 반찬을 해서 할머니 가져다 드려야 되는거 아닌가?

 

 

 

 

"할머니...뭣하러 이런 거 만들어 가지고 오세요?  힘드시게...

아줌마가 애긴가요?"

"네가 새끼를 안 낳아봐서 몰러.."

 

갑자기 기분 나쁘게 새끼 타령이시다.

쳇!!

그 까지 것 설명을 해 주시면 어디에 덧이라도 나나?

 

 

 

 

저 낡고 오래된 가방에 항상 한 가득

반찬을 싸 가지고 오시는 할머니...

그나마 이사온 이 집은 좀 낫다.

1시간 30분이면 오시니까...

 

먼저 집에 살때는 지하철 타고 마을버스 타고 오시는데만

2시간 30분 ..

왕복 5시간이다.

아줌마가..그러시지 말라고 해도 막무가내시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해야 한다는 할머니....

 

 

 

할머니가 오시면 난 좋다..

맛난 걸 주시니까...

김에 밥도 싸 주시고..

오늘은 뭐지?

건빵이다.

 

 

 

헤헤..

할머니가 주시니까 더 맛있다.

첨엔 더러운 개를 키운다고 뭐라 하시더니

요즘은 내가 이쁘긴 이쁘다고 하신다.

 

할머니는 결국 청소까지 하고서야 집으로 돌아가셨다.

 

"아줌마.. 할머니 좀 어떻게 해 보세요.."

 

 

"초롱아...그게 ...할머니가 사시는 힘이야..."

 

 

아줌마는 알 듯 모를 듯 말만 하시고...

에공..

할머니 말씀대로 새끼를 못 낳아 봐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