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일
안방 제일 따뜻한 한 구석에서 오늘도 변함없이
몸을 지지며 자고 있었다.
벨소리가 난다.
집배원 아저씨겠지....
계속 잠을 청하는데 부엌에서 부스럭 소리가 난다.
킁..킁...
응?
이 냄새는 ...
외할머니다.
부스스한 얼굴로 나른한 몸을 일으킨다.
역시 내 코는 개 코다..
아직은 성능이 좋은...
"할머니..오셨어요?"
"잉..초롱이도 잘 있었냐?
털 깎으니까 이쁘구먼..."
오늘도 변함없이 반찬을 한 가득 가지고 오셨다.
지하철을 저런 걸 가지고 타면 냄새가 많이 날텐데...
"엄마..이제 안 오셔도 돼에..
가까운 거리도 아닌데..이걸...나 참나..."
아줌마는 너무 하다.
나이가 많이 드신 할머니가 무겁고
냄새나는 반찬을 왜 가지고 오게 만드시는지....
원래 아줌마가 반찬을 해서 할머니 가져다 드려야 되는거 아닌가?
"할머니...뭣하러 이런 거 만들어 가지고 오세요? 힘드시게...
아줌마가 애긴가요?"
"네가 새끼를 안 낳아봐서 몰러.."
갑자기 기분 나쁘게 새끼 타령이시다.
쳇!!
그 까지 것 설명을 해 주시면 어디에 덧이라도 나나?
저 낡고 오래된 가방에 항상 한 가득
반찬을 싸 가지고 오시는 할머니...
그나마 이사온 이 집은 좀 낫다.
1시간 30분이면 오시니까...
먼저 집에 살때는 지하철 타고 마을버스 타고 오시는데만
2시간 30분 ..
왕복 5시간이다.
아줌마가..그러시지 말라고 해도 막무가내시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해야 한다는 할머니....
할머니가 오시면 난 좋다..
맛난 걸 주시니까...
김에 밥도 싸 주시고..
오늘은 뭐지?
건빵이다.
헤헤..
할머니가 주시니까 더 맛있다.
첨엔 더러운 개를 키운다고 뭐라 하시더니
요즘은 내가 이쁘긴 이쁘다고 하신다.
할머니는 결국 청소까지 하고서야 집으로 돌아가셨다.
"아줌마.. 할머니 좀 어떻게 해 보세요.."
"초롱아...그게 ...할머니가 사시는 힘이야..."
아줌마는 알 듯 모를 듯 말만 하시고...
에공..
할머니 말씀대로 새끼를 못 낳아 봐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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