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2일
요즘 나의 잠자리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내가 이 집에 첨 왔을때 아줌마가 사 주신 집이
넘 작아 어찌나 불편한지 자고 나도 온 몸이 찌뿌둥하다.
이렇게 머리가 집 밖으로 나오는 일은 예사다..
발을 쭉 뻗어보고 자려해도
발이 집 밖으로 나가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한다.
그래서 아줌마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냈다.
"아줌마...저 할 말이 있는데요..."
"응?
뭔데?"
"저어...집이요..
넘 작아서 불편해서요..
좀 큰 집으로 하나 사 주심 안될까요?"
"뭐?"
"제가 인터넷에서 봐 둔게 하나 있긴한데...
핑크색에 프릴이 달려 있어 얼마나 이쁜지 몰라요..."
"뭐라구?..."
아줌마의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초롱아, 너 지금 정신이 있는 거냐?
요즘 큰 집 보다는 작은 집이 대세야...
그리고 넌 집이 두 채나 되지 않냐?
아줌마가 지난 번 에 만들어 줬잖아?"
"그건 굴비상자로 대강 만드신 거잖아요?
비린내 난단 말이에욧!"
"애가?...그걸 말이라고 해?
첨에는 굴비냄새 나서 행복하다고 그래 놓고..."
아줌마 말이 맞다.
첨에는 동그란 집에 살다가 네모 모양의 넓은 집에..
내가 좋아하는 생선 냄새도 나니
참 좋았다.
그런데 이렇게 코를 박고 자다 보면
그 냄새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다.
위장이 요동을 친다.
먹고 싶은 맘에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가 없다.
아줌마는 집 타령을 하는 내가 한심한가 보다.
너는 남편도 자식도 없으면서 왜 이리 집 욕심이 많냐...
독신 가구가 집이 두 채나 되는 호화생활을 한다...
집이 없어 세를 사는 사람의 마음을 네가 아느냐...
집 없이 떠돌아 다니는 유기견을 생각해 봐라..
심지어 일본에는 지진으로 난민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다...등등...
계속 흥분한 채 잔소리를 쏟아내신다.
암만해도 말을 잘 못 꺼낸것 같다.
내가 괜한 소리를 했나 보다.
에휴...
하지만 인터넷에서 본 그 핑크색 프릴이 달린
샤방샤방한 이쁜 집이 자꾸 눈에 어른 거린다.
아.....
나도 이쁜 집에서 살고 싶은데..
능력있는 남편을 만나 팔자를 한 번 고쳐 볼까?
내 말에 아줌마가 맘에 걸리신게 있는 모양이다.
"초롱아...
이것봐라..
네 별장이야..
캠핑와서 텐트 안에서 잘 때
너는 여기서 자면 돼..호호"
집이라고 내 놓으신 물건이 왠지 낯익다.
전면 투명창에
천정이 뻥 뚫려 있어 별도 볼 수 있단다.
그리고 언제든지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할 수도 있고..
모양은 내가 원하는 샤방샤방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실용적인 것 같다.
잔소리를 실컷 하시더니만
좀 미안하셨나 보다..
아줌마가 날 사랑하시긴 하시나 보다.
괜실히 맘이 뿌듯해진다.
헤헤..
근데 왜 이리 낯익을까?
아!! 생각났다.
어느 날...
텔레비젼에 빨려 들어갈 듯 뭔가를 열심히 보시더니
급한 듯 전화를 걸던 아줌마의 모습..
그리고 배달이 왔던 물건들,,
그 중의 하나다.
에잇..
그럼 그렇지..
치...
봄맞이 정리를 한다며 잔뜩 사들인 수납함...
그걸 집이라고 내 놓으신거란 말이지...
완전 김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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