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이/초롱이일기

바람난 아줌마가 내게 준 선물은?

토달기 2011. 4. 1. 10:52

 

 

2011년  3월 30일

 

요즘은 날씨가 넘 좋다.

날씨가 좋으니 조르지 않아도 아줌마가 산책을 잘 해 주신다.

그러나 아줌마가 좀 이상하다..

콧노래도 자주 부르시고

목소리 톤도 한층 높아지셨다.

그리고 집도 자주 비운다.

봉사활동을 한다..전시회를 간다...하면서...

 

"초롱아..아줌마 갔다 올테니까 집 잘 보고 있어..."

이런 말을 남기며 자주 사라지시곤 한다.

 

아저씨 말씀이 아줌마가 바람이 나서 그런단다..

바람이 난다는 것이 뭐지?

봄바람이 났다는데...

 

 

 

오늘은 재봉틀을 꺼내시더니

집안이 오전 내내 시끄럽다.

청소기만 무서운 줄 알았더니 저것도 좀 무섭다.

 

"초롱아...이리와 봐..."

"부르셨어요?"

"왜요?"

 

 

 

"아줌마가 너 주려고 옷만들었지...한 번 입어봐.."

"정말요?  와 !! 신난다.."

"아줌마가 입던 옷으로 만든거야..잘 맞나 봐야지.."

"그럼..새 거가 아니고 헌 거에요?"

"초롱아...너 지금 헌 거라 싫다는 거야?

요즘 물가가 얼마나 비싼 줄 알아?"

 

 

 

 

아줌마 언성이 높아지신다.

물가가 높아졌다는 말을 뉴스에서 듣긴했는데

우리 집도 물가 땜에 걱정인 모양이다.

 

"아줌마..죄송해요..

제가 입은 모습 어때요?"

"초롱아..좀 크긴한데 그래도 괜찮네..."

 

 

 

 

이번엔 시완이 옷을 줄여서 만든 옷을 입어 보란다.

시완이는 아기라 조금만 손을 보면 멋진 내 옷이 되곤 한다.

 

"아줌마..이건 좀 작은데요..

숨쉬기가...헉,..

완전 쫄티에요..."

 

"그래? 더 크게 만들기는 어려운데...

할 수 없다..이참에 살을 좀 빼봐..안그래도 겨우내 살이 좀 쪘잖냐?"

 

 

 

이것도 시완이 옷을 줄인 옷이다.

"아줌마,이렇게 포즈를 잡으면 될까요?"

"초롱아.. 이 옷은 리본이 포인트인데..

머리를 좀 숙여 봐..."

 

 

 

"이렇게요? 이렇게 하면 리본 잘 보이죠?"

 

 

 

아줌마가 봄바람이 드니 좋은 점이 많다.

일단 내 옷이 얼마나 많아 졌는지 모른다..

우리 동네 강아지들 중 패션 리더가 될 수 있겠는데...

 

아줌마가 만들어주신 옷을 입고

오늘도 꼬리를 살살 흔들며

궁둥이를 실룩실룩 거리며

동네를 활보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