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를 나와 잠깐 시간을 내어 송악산에 들렀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이들을 위해 감귤따기 체험을 하고자 최남단 감귤농장으로 향했습니다.
5월은 감귤따기 체험을 하기에 적당한 시기는 아닙니다.
2009년 최남단 체험농장에서 어린 검이는 어른 주먹만한 한라봉을 양동이 가득 딸 수 있었습니다.
몇 년전 이 곳에서 감귤따기 체험을 했었는데 그 때는 2월이었지요..
감귤을 따면서 실컷 먹어도 되고...농장에서 제공한 바구니에 한아름 따가지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감귤을 따며 얼마나 즐거워 했던지....
그런 좋은 기억이 있었기에...
최남단 체험 테마 농장'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감귤은 시기가 아니어서 두 어개 정도 딸 수 있고, 그 대신 곤충체험이나 각종 동물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몇 년 전에 이 곳은, 주로 감귤따기 체험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곤충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기는 했지만 그 공간이 협소하고 보잘것 없었더랬죠...
그런데 몇 해 만에 규모가 아주 커져 있더군요...
입구에 번듯하게 표본 전시실이 있고....
연못도 잘 정리 되어 있었습니다.
이름도 감귤체험농장이 아니라 ' 최남단 체험 테마 농장'으로 바뀌었더군요...
직원 분 말씀이 사장님이 많은 투자를 하시고 계신답니다.
어린이들이 좋아 할 수 있도록 이 것 저 것 많이 마련되어 있어 검이와 진이가 무척 좋아합니다.
쫓아다니기 힘들 정도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정신없이 구경합니다.
재미있었던 것이 입구에서 만난 두마리의 작은 개들을 초롱이가 기세로 눌렀다는 것입니다.
제주도에 사는 순박한 개들이어서 그런 것일까요? 겁이 많고 기가 약해 늘 다른 개들에게 꼼짝못하던 우리 초롱이에게 꼬리를 내리는 개들은 처음 봅니다. 초롱이 아주 위풍당당이었어요. 초롱이의 일기가 궁금해지네요.^^
수서 곤충들이 살만한 작은 연못도 있고...
물방개나 올챙이를 직접 만져 볼 수 있습니다.
한쪽에는 어항들이 즐비합니다.
이구아나..게코 도마뱀..뱀 등...각 종 파충류도 있고....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애벌레는 기본이지요.
도시에선 보기 힘든 진노랑 잠자리와도 만나고
이것저것 신기한 구경거리에 초롱이까지 눈이 휘둥그레
사슴도 있더군요... 마침 식사 중이었는데,
초롱이는 사슴때문인지 사료 냄새 때문인지 코를 킁킁거리며 어쩔 줄을 몰라합니다.
감귤따기 체험에 돌입....
비록 두 어개 밖에 딸 수는 없지만 운이 좋으면 네 개 정도는 딸 수 있습니다.
(검이가 2개...진이는 4개를 땄답니다.)
감귤을 실컷 따고 싶다면 감귤 시즌에 와야겠지요.
감귤 나무가 있는 곳에 오리도 닭도 자유로이 뛰어 놉니다.
아기 오리들은 울타리 안에 안전하게 있고요...
큰 오리들은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며 방문한 어린이들에게 친구가 되어 줍니다.
그런데 그만 초롱이가 오리를 보고 흥분해서 마구 쫓아다니다가 결국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너무 정신없이 날뛰어서 사진도 제대로 못찍었습니다만 사냥개처럼 오리와 닭들을 쫓아다니더군요.
입구에서 만난 개들 때문에 기세등등하더니 사냥 본능이 살아난 것일까요?
동물들 먹이 주기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할 수 있는 진이...
오리 먹이 주랴...
사슴 먹이 주랴.....
토끼 먹이 주랴.....
당나귀 먹이 주랴... 바쁩니다.
운이 좋으면 이렇게 당나귀 등에 타보는 행운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새에 관심이 많은 검이는 사실 얼마전부터 병아리 부화에 도전하고 있었습니다. 자작 부화기로 마트에서 산 유정란을 부화시키려다 한번 실패한 참이었죠. 마침 닭과 오리를 관리하는 분을 만나 졸졸 쫓아다니며 노우하우를 전수받고 있습니다.
기어이 사다리까지 타고 올라가 천정에 매달린 토종닭 알을 살펴 보고 내려오는 검이입니다.
역시 아이들에게는 녹차밭의 휴식과 청보리의 사색보다 이런 곳이 더 어울리는 듯 합니다.
봄바람난 아줌마 욕심에 오설록과 가파도의 들판을 걷느라 힘들었던 아이들에게 웃음 꽃이 피더군요.
걷고.. 보고.. 음미하는 것이 어른들의 여행이라면,
뛰고..만지고..체험하는 것이 아이들의 여행인가 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이들이 행복하면,
그 아이의 어른 또한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제주,
해가 높던 5월 어느날,
감귤농장을 나서면서도 감귤 바구니는 가벼웠지만
마음만은 따뜻함이 한가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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