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밴에서의 첫날밤을 보낸 아침, 모처럼 늦잠을 자려고 하는데 문앞에서 꽥꽥 거리는 소리가 나서 잠을 깼습니다.
문을 여니 귀여운 오리들이 모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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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는 할로윈 때 아이들이 사탕을 달라고 몰려다니며 문 앞에 서 있는다고 하죠. 꼭 그 모양으로 부리를 들이밀며 먹을 것을 달라고 해서 빵 부스러기를 주니 냅다 받아먹더군요.
늦잠을 자야할 검이도 오리소리에 잠을 깨고 오리들에게 먹이를 주느라 아침부터 소란스럽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오리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하네요. 그래야 오리들이 음식 부스러기를 깨끗이 한다고요. 얘네들이 홀팍의 청소부였군요.
뉴질랜드 오리에게 "먹이는 셀프" 네요.
뉴질랜드 새들의 특징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오리들도 졸졸 쫓아다니며 먹을 것을 빼앗아가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오리들 잔치에 불청객이 끼어드는군요.
멀찌감치서 부스러기나 쪼던 갈매기가
친구들이 모이자 슬금슬금 오리 무리에 접근하기 시작하네요.
기웃기웃하며 눈치만 보던 갈매기가 결국 오리들의 잔치에 욕심을 냅니다.
일대일로는 밀리는 듯 싶더니 친구와 함께 오리 입의 빵을 빼앗으려 합니다.
빼앗는데는 성공했는데 오리가 떠나니 이젠 친구끼리 싸우네요. ㅡㅡ;
갈매기들과 오리들의 먹이 다툼이 한편의 활극영화를 보는 듯 합니다. 물론 각본없는 리얼이죠. 진정한 이종격투기라고나 할까.
싸움구경이 젤 재밌다지요. 로얄석에서 관람중인 녀석도 있습니다.
아침부터 이렇게 볼거리가 가득하다니! 이제서야 뉴질랜드에 와있다는 것이 실감납니다.
그러고보니 여기도 와이쿠쿠 비치처럼 공기가 맑고 깨끗해서 코가 뻥 뚫리는 느낌입니다. 역시 바다 비릿내 전혀 안나고요. 한국으로 치면 한밤중에 일어난 셈인데도 피곤하지가 않습니다. 아침 보약이 따로 없네요.
더구나 너무나 좋았던 것, 해외여행임에도 아침식사를 따뜻한 밥과 김치로 시작한다는 것이죠. 특히 나이들면서 밥 김치 예찬론자가 된 검이 아빠의 표정이 행복으로 가득 찹니다.
식사하는 동안 오리들은 밥상 옆에 모여 수다를 떱니다. 그 사이에 껴보려고 눈치보는 갈매기도 있네요.
우리는 캠퍼밴 옆 잔디밭에서 식사했지만 키친에 들어가서 조리를 하거나 식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설거지도 편한게 온수가 펑펑 나오고 수도물의 수압이 얼마나 센지 물줄기만으로도 그릇이 깨끗이 닦일 판입니다. 컵라면을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뜨거운 물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관광지에 놀러가면 물줄기가 졸졸 나와 답답했는데 여기는 물이 풍부해서인지 샤워할때도 속이 확 뚫릴 정도로 시원시원하게 물이 나오니 너무 좋더군요. 그래도 물은 아껴썼습니다.
오리들 덕에 늦잠을 자지 않은 우리 가족은 여유롭게 기차역을 건너 해변 산책에 나섭니다.
구름 낀 날씨임에도 어제보다 물빛이 더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진정한 카이코우라 바다 빛이 아님을 그때까지는 몰랐습니다.
카이코우라 해변은 거제도 몽돌해수욕장처럼 동글동글한 자갈로 되어있어 산책하기에 아주 좋습니다.
남들 다한다는 가족 발 사진도 남기고....바다 속살이 예쁘네요. 여유로움에 바람에서조차 향이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곳 해변에서도 강아지와 산책하는 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강아지라 부르기에는 너무 큰 아이들이긴 하지요. 뉴질랜드 분들은 큰 개를 좋아하나 봅니다.
이 견공은 힘이 넘치는지 쉬지 않고 움직이더니 나무토막을 이빨로 우적우적 씹어버립니다.
개들을 보게 될 때마다 격하게 그리운 초롱이
개껌 하나를 제대로 못씹어 오만상을 찌푸리는 우리 초롱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면서 초롱이가 그립습니다.
개들도 사람도 왜이리 건강에 차이가 나는지, 돈은 차이가 지더라도 건강만큼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불공평한 것은 또 있지요. 지난 번 해변도 그렇고 여기 카이코우라도 이 좋은 해변에 왜이리 사람이 없는지, 해운대 경포대를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하지만 돈이나 건강, 그리고 환경이 좋다고 행복까지 주어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지금 행복한 것은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자연 때문만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한다는 것이죠. 여기까지 오는동안 여러가지 고생이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그것도 행복이었습니다.
날이 맑아지려는지 매미가 우네요. 우는 소리는 비슷한데 우리나라 매미와 말이 통할는지요.
산책을 마친 우리 가족은 아이 사이트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홀리데이파크에서도 관광예약을 할 수 있지만 역시 뉴질랜드 관광의 핵심은 아이사이트니까요.
아이사이트란 어떤 곳?
뉴질랜드가 관광선진국이라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행가서 뭐하려면 인터넷으로 몇날 몇일을 검색해야 하는데 여기서는 아이사이트만 방문하면 필요한 정보를 거의 다 얻을 수 있습니다. 무료로 제공되는 관광자료가 풍부하게 비치되어 있습니다.
지역전문가로부터 상담을 받을 수도 있고 각종 체험 및 투어, 숙박까지 예약이 가능합니다. 할인권도 준비되어 있고 다양한 안내 브로셔와 책자, 기념품들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야간에는 운영을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뉴질랜드 와서 처음 본 맑은 하늘, 비현실적일정도로 파란 색입니다. 드디어 날씨가 좋아지나 봅니다.
이제 본격적인 뉴질랜드 체험이 시작되겠네요.
그러나 검이의 첫번째 미션을 위해 길을 나서기 전, 검이 엄마로서의 작은 미션이 하나 남아 있었습니다. 그게 뭔지는 다음 포스트에서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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