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이/초롱이일기

찜찜한 산책

토달기 2010. 9. 1. 11:30

 

 

 

2010년 9월 1일

 

드디어 어제 밤  아줌마가 산책을 해 주셨다.

아∼∼얼마만의 산책인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내렸다.

가슴이 철렁 ,

길바닥이 젖어 있다. 비가 오나?

"비 오나요?"

"쬐끔 와요. 어! 강아지 키우시나 봐요?"

같은 라인에 사는 아줌마가 다행히 이렇게 말씀 하신다.

다행히 , 아줌마는 산책을 하실 모양이다.

쭐래 쭐래 따라 나선다.

항상 같은 코스, 아파트 단지 한 바퀴를 도는 것이다.

중앙  계단으로 내려가 은행 쪽으로 걸러내려 간다.

치킨 냄새, 어묵 냄새,내가 제일 좋아하는 빵 냄새까지..

가끔 떨어진 치킨 조각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 땐 잽싸게 먹어야 한다.

아줌마가 보면 불호령을 내리시거나

목줄을 세게 잡아 당기시기 때문이다.

오늘은 운이 없다.

떨어진 김밥 먹으려다 아줌마에게 혼만 났다.

동물병원을 지나 무지개 공원쪽으로 올라가는 길

오르막이다.

더운 여름에 지친 이내 몸. 못 가겠다 버틴다.

반대 방향으로 틀어 집으로 가려는데 횡단보도 저편에서

시나우쩌 한 마리가 다가온다.

꼬리를 세차게 흔든다.

나를 봤다. 얼굴을 맞대고 부비부비.

그 녀석 고개를 홱 돌리더니 주인을 따라 가 버린다.

' 야,어디가 ? 나랑 노올자..'

 

"초롱아, 아니 저 못생긴 개가 너를 찬 거냐?

기가 막혀서..  뭐 저런 개가 다있어?  가자."

아줌마를 나를 잡아 당기시고 나는 아쉬워 계속 바라본다.

한 번 돌아보지도 않는 녀석.

내가 어디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얼굴도 예쁜 편이고, 몸매도 이만하면 됐는데..

나이 때문인가?  아니면 꼬리한 냄새?

산책을 한건 좋은데

어쩐지 찜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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