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이/초롱이일기

초롱이 일기- 내 마음엔 질투의 불꽃이 활활...

토달기 2011. 5. 25. 07:00

 

 

 2011년 5월 7일

 

아저씨가 그렇게도 꿈에 그리던 비양도에서

캠핑을 하기 위해 텐트를 쳤다.

전기도 안 들어오고 사람도 별로 없는

이 곳에서 왜 아저씨는 캠핑을 하신다는 걸까?

낯설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이 곳에서...

 

그런데 여기에는 꼭 양처럼 생긴 민이가 산다.

민이는 아줌마가 양처럼 생긴 이녀석에게 붙여 준 이름이다.

얼굴에는 털이 없고 꼬재재한 이 녀석...

사모예드란 견종이라는데...

 

 

 

이 섬에 들어오는 누구에게나 배를 내밀며 자기를 이뻐해 달라고

마구 아양을 떤다..

살다 살다 저렇게 자존심 없고 밸 없는 놈은 첨 본다.

깔개도 없이 더러운 땅바닥에 벌러덩 눕는 저 꼴 좀 봐라. 천출이 틀림없다.

근데 문제는 아저씨, 아줌마, 오빠가 모두 민이에게 지나친 관심을 갖는다는 점이다.

특히....아줌마는 이녀석에게 넋이 나간거 같다.

 

 

 

 

 

텐트에 홀로 앉아 있자니

아줌마가 민이를 부르며 하하..호호..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 무슨 그지 같은 소린가?

아줌마의 웃음 소리가 듣기 거북하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텐트 밖으로 나왔다. 내 전용출입구 이른바 개구멍으로..

 

 

 

 

 

헉!!!!

민이가 내 사료를 먹고 있다.

아줌마가 내가 먹으려 가지고 온 사료를 민이에게 준 모양이다.

내 피와 살 같은 사료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거기다가

내가 먹는 물통에 물을 담아 민이에게...

 

 

 

 

 

옆에 있던 아저씨는 내 기분을 알아차리셨는지

과자를 내미신다.

"초롱아..이거 먹고 진정해..."

 

'그래..아저씨가 나를 위해 이리 애를 써 주시니...

진정해 보자....'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런데 민이가 내 과자를 덥석 무는 것이 아닌가...

 

'아니...이 녀석이..?'

도저히 이뻐할래야 이뻐할 수가 없는 놈이다.

 

 

 

 

 

 

귀흔들기 신공으로 격하게 항의해보지만 이미 과자는 저 녀석 입속에 있다. ㅜㅠ.

 

맞짱을 떠 볼까도 생각해 봤다.

그런데 이 녀석이 나 보다 덩치가 더 크다.

그리고 아줌마 아저씨가 하시는 말씀이 집채 만큼 커지는 놈이란다.

내가 화가나 몸부림을 치는 데도

이 녀석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다.

 

 

 

 

 

 

 

 

더 이상 그 꼴을 보기가 싫어 다시 텐트로 들어갔다. 들어갈때도 정문으로 가진 않는다.

군자는 대로행, 견자는 개구멍인지라....

 

 

 

 

 

난로를 쬐며 여기서 벌어진 이 심각한 사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런데 침착하게 생각을 하려해도

집중이 되지를 않는다.

 

 

 

 

 

 

 

밖에서 아줌마는 나를 잊은 채

민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란 생각에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가끔은 불쌍한 얼굴로

아줌마의 동정심을 자극하고...

 

 

 

 

잠을 자면서도 표정을 관리하며

아줌마의 혼을 빼 놓는다.

(저건 필시 아줌마의 혼을 빼 놓기 위한 연기일 것이다.)

 

 

 

 

 

 

 

추운데 풀밭에서 잠을 자며

아줌마의 가슴을 후벼 파 놓고...

 

아무리 생각해도 고단수 중에 고단수인 이 녀석...

 

 

 

 

 

이 녀석을 아줌마에게서 어떻게 떼어 놓는 담....

 

 

 

아줌마!!!

제가 털을 요상하게 깍아 못 생겨졌다고

이러시는 거예요?

털은 금방 다시 자란다구요...

 

전 아줌마 밖에 없지만

민이는 아줌마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이 비양도에 오는 모든 사람을 좋아하다는 것 잊지 마세욧!!!

 

구관이 명관, 아니 구견이 명견이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