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이/초롱이일기

초롱이 일기-내게도 멋진 집이 생겼어요!!

토달기 2011. 10. 13. 06:30

 

 

2011년 10월 7일

 

오늘은 내가 아줌마 집에 온 이후로 가장 역사적인 날이다.

짜..자..잔....

 

내게 빨간 지붕에 땡땡이 무늬가 있는..

게다가 샬랄라한 레이스까지 달린 멋진 집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역사적인 감동의 순간은 아줌마의 우렁찬 목소리로 시작되었다.

 

"초롱아...이리와봐...."

 

아줌마의 우렁찬 목소리는 두 가지다.

내가 뭔가 잘못했을때 혼내려고 부르는 짜증섞인 우렁찬 목소리...

그리고 부드러움과 사랑이 묻어난 우렁찬 목소리....

 

오늘은 목소리를 듣자하니 왠지 기분이 좋으신거 같다...

 

그래서 꼬랑지를 흔들며 얼른 나갔다.

 

앗!!

저건...

지난 번 마트에서 보았던 그 멋진 집...

 

아줌마가 비싸다며 투덜거렸던  그 집이다.

 

 

근데...

기쁨도 잠시..

오빠가 그 이쁜 집에 발을 넣고 유유히 텔레비젼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맨발이다.

오빠 발은  꼬랑네가 장난이 아닌데...

 

오빠는 가끔씩 심심하면 나를 다정한 목소리로 부른다.

혹시 맛난 것이라도 주는 것은 아닌가 달려가면

발을 내코에 대며 

 "냄새 좋지?" 하며 웃는다.

정말 그때는 떡실신할 뻔 했다.

 

그...바로 그 발을

내 이쁜 집에....

 

헉!!!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당분간 오빠의 발꼬랑내가 스며든 집에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한 숨이 절로 나온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빠..얼른 발 빼...!!

확 물어 버린다.."

죽을 힘을 다해 머리를 흔들어 대며

오빠에게 거칠게 대항했다.

 

"아..아...알았어!!!

빼면 될 것 아니야"

내가 세게 나가니 좀 무서운 모양이다.

 

 

 

빨강머리 앤에게는 초록색 지붕집이 있다면

이제 내게는 빨강색 땡땡이 지붕집이 있다.

얼마나 이 날을 꿈 꿔왔던가?

 

 

 

 

"초롱아..한 번 들어가 봐.."

 

"아줌마..정말 넓고 좋아요..

아저씨가 아닌 아줌마가 제 집을 사주실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초롱아..지난 번에 너만 두고 여행 갔다와서 미안해서 그래....

그러나까 마음 풀어..."

 

난 이미 그거 다 잊었는데

아줌마는 마음에 걸리셨던 모양이다.

 

에고..

아줌마 아저씨는 집도 없는데 나만 이리 좋은 집에 살아도 되는 건지...

쬐께 미안한 생각이 든다.

 

 

 

 정말이지 이 번 집은 지난 번 집에 비해 고대광실이다.

아방궁이 따로 없다.

그리고 아늑한 지붕이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적당히 소음도 차단해 주고

냉기도 막아준다.

 

 

 

 

지난 번 집은 사실 작기도 했고

지붕이 없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요즘 강아지에 관한 책을 읽으시더니 느낀 것이 있나 보다.

 

 

 

넓은 집이 생겨 좋기는 한데 왜 이리 마음이 허전하지?

나 혼자 누우니 자리가 많이 남는다.

 

 

(사진 출처 - 인터넷)

 

예쁜 아가들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이가 들어가니 요런 요상한 욕심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