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이/초롱이일기

초롱이 일기- 저 빼고 여행가지 마세요!!

토달기 2011. 9. 27. 07:00

 

 

 

2011년 9월 13일

 

울 아줌마 가족은 참 여행을 좋아하신다.

시간만 나면 가방을 바리바리 싸 어디론가 훌쩍....

얼마나 팔자가 좋으신지...

 

아니나 다를까 추석이 지나고 짐을 싸셨다.

추석 연휴 끄트머리에 오빠의 재량휴업일이 있다나...

거기에 더해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서를 이틀 더내고

3박 4일 경주 여행을 간단다.

야호!!!

 

난 항상 나를 혼자 놔두고 갈까봐 겁이 났는데

이번엔 내 짐도 싸는 걸 보니

나도 데려갈 모양이다.

 

 

 

 

광명역에서 ktx를 타고 간다는데...

 

근데 광명역 근처 이마트에서 내리는 것이 아닌가?

엥?

뭔일이람...

 

몰리스 펫샵..

지난 번 한 번 와 본곳이다.

날 여기에 잠깐 두고는 금방 오셨던 곳인데..

잠깐 무언가를 사올 모양이다.

 

 

 

 

"누나..샴푸 뭐써? 냄새 좋은데..?"

"야!  3일 동안 머리 안감았거든 .. 주둥이 좀 치워줄래?"

 

아저씨가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은데

이 녀석이 지분거리는 바람에

자세히 듣지 못했다.

4개월 밖에 안된 어린 녀석이

장난이 여간 아니다.

 

"........그러니까 아저씨 말 잘 들었지?

아저씨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

 

"네..에.."

 

정신이 없어 건성으로 대답하고 말았다.

 

 

 

 

여긴 개들이 많다.

이리 많은 개들이랑 있는 것이 여간 정신 없는 것이 아니다.

 

완전 개판이라고나할까.....

 

나도 개지만 정신이 하나도 없다.

요즘 어린 것들은 정말 예의가 없다.

그러니 개판이네..

개만도 못하네..하는 이야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누나....누나...

나랑 개껌이라도 씹으며 잠깐 얘기 좀 하자.."

 

"쫓아 오지마...넌 내 스탈 아니거든..."

 

"누나...누나가 지금 그렇게 튕길 나이가 아닐텐데..."

 

쳇..

어린 것이 내 나이까지 들먹거리고..

나 참 기가 막혀서...

내가 나이 먹는데 보태 준 것이나 있나..원...쩝..

 

 

 

 

 

그렇게 정신이 없는 사이 아저씨는 가 버리셨고...

난 잠깐만 기다리면 되는 줄 알았다.

 

근데 한 밤이 지나도, 두 밤이 지나도

 아저씨,아줌마,오빠는 오지 않았다.

 

곰곰이 아저씨가 뭐라 말씀하셨는지 생각을 해 보았지만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아이참....

어린 녀석이 정신을 빼놓는 바람에 건성으로 들으것이

정말 후회 스럽다.

 

입맛도 없고

잠도 잘 수가 없다.

내가 묵는 방은 깨끗하고 좋지만

밖에서 나는 개 짖는 소리에 벌떡벌떡 잠을 깬다.

 

아저씨,아줌마가 오지 않으면 어떻하나....

나는 또 버려진 것인가.....

 

기운도 없고

모든 걸 체념할려고 할 때 쯤.....

 

 

 

 

 

저게 누구야....?

나랑 그닥 사이가 좋지 않은 오빠가 아닌가?

 

아!!!

얼마나 반가운지....

오빠가 창문 밖에서 내 이름을 부른다.

"초롱아...아....."

"오빠아....."

오빠가 이렇게까지 반가울지 몰랐다.

 

아저씨와 아줌마는 기다리느라 많이 함들었지?

너만 두고 가서 미안하다...

이제 걱정 말아라....등등

나를 위로 하는 말을 쏟아냈지만

난 순간 몸의 모든 기운이 빠져서 덜덜 떨리기만 했다.

 

아줌마의 품에 안겨 자동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데

어찌나 가슴이 답답한지 숨을 제대로 못 쉴 지경이었다.

"헉..헉...헉..헉..."

짧게 숨을 몰아 쉬니 아줌마 아저씨가 큰 일이 났다며

창문을 열어 주시고 꼭 안아 주셨다..

 

 

 

목이 얼마나 탔던지

집에 돌아오자마자

일단 물을 한 사발 들이켰다.

꿀꺽꿀꺽....

 

밥도 한 사발 먹었다.

그동안 맘이 상해 먹지 못했는데

긴장이 풀리니 시장기가 몰렸왔다.

 

그리곤 자고 또 잤다.

널부러셔서도 자고...

 

 

 

몸을 말고도 자고...

이렇게 하루를 꼬박 자고 나니 살 것 같았다.

 

"초롱아,,,

이제 너 때문에 여행도 못 갈 것 같다...

어쩌냐?  휴우..."

 

"뭐가 걱정이세요?

데리고 가면 되지..."

 

참 이렇게 간단한 것을 걱정하시고

참 걱정도 팔자다.

 

아저씨,아줌마!!!

앞으로 저 빼고 여행가지 마세요...

아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