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7일
가을 바람이 스산하게 불고
낙엽이 한 잎 두 잎 지니
이런 저런 생각이 앞을 가린다.
아!!
가을인가!
내 나이도 어언 5살...
몸도 예전같지 않고...
싱숭생숭하기 그지없다.
자꾸 과거를 곱씹으면 나이든 거라는데...
왜 자꾸 지난 여름이 생각나는거지....
바야흐로 이번 여름은
내게 겁나게 의미있는 여름이었다.
왜냐?
태어나서 첨으로 비행기를 탔기 때문이다.
일은 고모로 부터 시작되었다.
여름방학 시작하자마자 제주도를 갈 결심한 고모는
아저씨를 살살 꼬드기기 시작했다.
회사에 제주도 숙소를 신청했는데 같이 가자...
이제껏 한 번도 당첨되지 않은 적이 없다.....
가격이 현저히 저렴한 편이니 얼마나 좋으냐....
기타 등등.....
놀러가는 일이라면 항상 꼬드김에 넘어갈 준비가
되어있는 아저씨는 냅다 고모가 던진 미끼를 물었다.
비행기를 예약하고
아저씨는 내 눈을 똑바로 보시더니 진지하게 말씀을 하셨다.
"초롱아...
아저씨 말 잘 들어..
네가 비행기를 타려면 살을 빼야해...
지금 몸무게로는 화물칸에 타야 하거든...
케이지 무게까지 5㎏이 안 넘어야 하는데..
지금 네 몸무게가 5㎏ 아니냐....
500g만 빼자,,,"
"엥?
아저씨 전 화물이 아닌데 왜 화물칸에 타야해요?
그리고 500g이요?
그건 50㎏인 사람이 5㎏빼는 거랑 똑 같은데....우앙..
너무해요..지금 먹는 것도 모자른데...잉잉"
그 날부터 나의 혹독한 다이어트가 시작되었다.
일단 맛있는 간식 금지...
운동은 하루에 1시간,,,,
식사량도 30퍼센트가 줄었다.
날도 더운데 어찌나 힘이 든던지...죽을 맛이었다.
난 완전 '헬쓰 견'이 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개그콘서트에 출연이라도 할 걸...
죽도록 해서 400g을 뺐고..
혹시나 하는 맘에 털도 바짝 밀었다..
(어우..거울을 보니 정말 죽을 맛이다.)
그렇게해서 드디어 난 '비행기'란 탈 것을 타고 말았다.
강아지용 가방에 실려 아저씨가 발 밑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나야 원체 얌전한 강아지지만
그래도 혹시 쫒겨날까봐 조마조마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이 의자에 빽빽히 앉아 있다.
그리고 가끔 예쁜 언니가 음료수를 주기도 한다.
첨엔 낯선 환경과 시끄러운 소음때문에 살짝 긴장이 되기도 했다.
"생각보다 별거 아닌데....좀 답답한거 빼곤.."
"초롱아...좀만 참아..
조금만 가면 도착이야"
가만히 있자니 갑자기 화장실이 생각난다.
"으흐흐...
아니 어쩐담...쌀 수도 없고...
조금만..조금만 참자.."
그래도 다행히 아랫도리에 힘을 잘 둔 덕에 무사히 제주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하..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창 밖을 보는 여유까지 생겼다.
"오호..."
갈 때는 정신이 없어 미처보지 못했던 풍경이 보인다.
"오마나..
내가 이렇게 높이 있었던 거야....
우아....정말 멋지다...
구름도 내 발밑에 있잖아."
나무..집들이 정말 작다.
내가 사는 곳이 이런 곳이었구나 싶다.
봄에는 난 생 처음 배를 타보고...
여름에는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타 보았으니
난 정말로 운이 좋다.
그 때는 낯설고 두려운 마음에 좋은 줄 잘 몰랐는데
가을이 되어 돌이켜보니
지난 여름이 참 좋았다.
이상하게 요즈음은 아저씨 아줌마가 여행에 날 데려가시지 않으신다.
캠핑도 안 다니시고
여행도 예전만큼 안 간다.
나도 모르는 뭔일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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