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이/초롱이일기

초롱이 일기 - 가을엔 초롱이도 편지를 써요..

토달기 2011. 11. 7. 06:00

 

 

2011년 11월 5일

 

오늘은 날씨가 정말 가을 같지 않았다.

여름처럼 덥기까지 했다.

"아줌마...날씨가 여름 같아요...

지금이면 내가 덜덜 떨고 있어야 하는 때인데..."

 

춥지 않아 좋기는 했지만

왠지 가을 같지 않아 이상했다.

 

"초롱아.. 지구가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다.

아까 봤지...

장미까지 핀거..."

 

 

 

여름같은 가을에도 낙엽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밟을때마다 바스락거려

산책하는 재미가 있었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이상하게 요런 노래가 내 입에서 흘러 나왔다.

 

'어디서 들었더라...?'

 

"초롱아!!...다른 사람 앞에서 절대 그 노래 부르지마라...

알았어? 완전 나이든 티 나..."

 

이상하다...긁적...

아!!

생각해보니 지난 번 아줌마가 흥얼거리는 것을 들은 것 같다.

쳇!!

 

어쨌든 낙엽 몇개를 주워 집으로 가져왔다.

바닥에 놓고 바라보자니

몇 년전 헤어진 다롱이가 생각난다.

먼저 집에서 같이 살던 요크셔테리어 다롱이....

성격이 그지 같고 괴팍했는데...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영 보고 싶지 않을 것 같던 다롱이가 보고싶다. 

다롱이를 생각하며 낙엽을 말려 보기로 했다.

책에 예쁘게 놓고....

 

 

 

책을 덮어 힘을 준다.

원래 무거운 것을 올려 놓으면 되는데

내가 제법 무거우니 딱이다.

 

으쌰아....

 

 

 

아줌마 말씀이 오래 누르고 있어야 한단다.

 

책 위에서 한 잠 자고 일어나면

예쁘게 되겠지?

 

 

 

 다롱이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다.

아마도 할아버지께서는 다롱이가 살고 있는 곳을 알고 계실거다.

 

"초롱아...살다 살다

강아지 편지 대신 써 주는 것은 첨이다.

어쩌냐...이게 내 팔자니....

어여..불러.."

 

팔자까지 들먹거릴 일은 아닌데 오버 하시긴....

 

아줌마는 내가 부르는 대로 옮겨 적으셨다.

 

 

 

 

음....

대강 읽어보니

내가 썼지만 제법 괜찮다.

다롱이를 향한 내 그리움이 잘 표현된 것 같다.

 

허... 참...

세상 불공평하기도 하지...

얼굴도 이쁜 내가 글까지 잘 쓰다니....

 

 

 

"아줌마..여기에 낙엽을 붙이면 낭만적이겠죠?"

 

 

 

"은행잎이 괜찮을까?"

 

 

 

"단풍잎이 괜찮을까?"

 

그래도 빨알간 단풍잎이 정열적인 게 더 나은 것 같다.

 

생각보다 단풍잎이 잘 마르지는 않았지만

다롱이에게 편지를 빨리 부치고 싶었다.

 

할아버지가 다롱이에게 잘 전해 주셔야 할 텐데....

 

가을은 책 읽기 좋고

편지 쓰기 좋은 계절이다.

 

"아줌마...'뿌리 깊은 나무' 만 열심히 보지 말고 책도 읽고

편지도 쓰고 그러세요..!!!

그렇게 텔레비전만 보시면 초롱이 만도 못하단 소리 들으세욧!!!

제가 '개'인건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