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고사를 앞둔 얼마 전의 일이었습니다.
울 아들이 갑자기 그림을 그려가야 한다고 하더군요...
"선생님께서 그림 공모전에 출품할 자원자를 뽑기에 제가 손을 들었어요.."
"네가? 몇 명이 자원했는데..."
"글쎄...한 2-3명쯤.."
헉! 시험이 낼 모랜데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는데 시간을 보낼 아들 놈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더랍니다.
하필 이런 때 자원을 하다니..
평소 미술상과는 관련이 없는 아이였고
주로 곤충만 열심히 그려대는 아이였는지라
미술대회 자원은 뜻 밖의 일이였지요..
아마도 엄마 아빠가 볼려고 산 '만화 서양미술사'를 열심히 보더니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쓰윽쓱..그림을 그립니다.
밑에는 산 모양의 그림이 있고 위에는 커다란 사마귀가 한 마리 떠억....
'헉...이건 뭐지?'
알 수 없는 아들의 정신세계....
"검아...뭘 그린거야?"
"밑에는 채석장이고요...위에는 사마귀에요..
엄마 제가 상을 탈 수 있을까요?"
오마나...상까지 욕심을 부리는 줄은 몰랐습니다.
"글쎄...심사위원이 어떤 분들이냐에 따라..."
말을 얼버무렸지요...
말인 즉 제목이 '채석장의 괴물'이고 부제는 '징계'였습니다.
그러니까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라고나 할까요?
'서양미술사'에 나오는 '고야'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다네요..
책을 확인해보니 고야가 그린 그림중에 전쟁에 대한 경고를 하는 그림이 있는데
그 그림이 울 아들 그림의 모티브가 된 것이더라구요..
전쟁하는 사람들 위에 커다란 거인이 위협적으로 있는 그림...
고야가 그런 그림을 그린 줄은 몰랐다지요..
(사 놓기만 하고 읽지는 않은 엄마....크크...사실 인상파 부분만 읽음)
그러고는 한참이 흘렀을까..
아들이 엽서로 된 미술 공모전 초대장을 가져왔더라구요..
시민회관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한다는...
그러니까 울 아들이 '입선'을 한 거였습니다.
"검아..그림 낸 아이들은 다 상 준 거니?"
"글쎄요..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기뻐하고 칭찬을 하기보다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일종의 참가상..
그러니까 그림을 낸 아이는 다 주는 그런 상을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상을 받아 왔는데도 맘이 그다지 기쁘지 않았답니다.
그럴 듯하게 정말 갤러리에 여러 그림들이 걸려 있었습니다.
어른들 그림도 있고 초등,중등,고등학생 그림이 골고루 걸려 있습니다.
하하하..
울 아들 그림도 맨 오른쪽에 걸려 있네요..
저렇게 갤러리에 걸려 있으니 폼이 납니다.
이 그림은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가 그린 그림인데
초,중,고등학생을 통털어 '대상'을 받은 그림입니다.
제목은 '생각' 이구요..
참 어린이다운 그림이구나 싶었답니다.
이 작품이 '최우수상'으로 고등학교 학생이 그린거구요..
빨간 사과가 참 탐스럽지요?
이렇게 금박 글씨가 있고 커버까지 있는 상장을 받으니
비록 "입선'이지만 기분이 좋았답니다.
이렇게 책자까지 만들어 주어서 깜짝 놀랬답니다.
책자 안의 그림을 보니 왜 이리 새로운지...
전시회가 끝나면 그림을 찾으러 오랍니다.
"저...액자 값은...?"
"그냥 오시면 됩니다."
그럼 장사 속과는 전혀 관계없는 그런 그림대회였던 모양이네요..
책자를 꼼꼼하게 살펴보니 출품한 아이들 모두 준 상은 아니었답니다.
나름 뽑히긴 뽑힌 거더라구요...(내심 엄청 흐뭇했다는....흐흐)
어린 시절 장사속 그림대회를 넘 많이 봐서 일까요?
이럴 줄 알았으면 실컷 기뻐할 것을....
맘 놓고 기뻐하지 못했던 것이 살짝 후회가 됩니다...
아들 자랑이 넘 길었지요?
이제 실컷 자랑을 했으니 여기서 마무리 할랍니다.
그럼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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