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이/초롱이일기

초롱이 일기 - 오빠가 하는 것은 다 하고 싶어요!!

토달기 2011. 11. 29. 00:01

 

 

 

 

2011년 11월 28일

 

"검이...30분만 해..."

 

아줌마의 말에

오빤 건성으로 '네에' 하고 대답한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습관처럼 하는 그 것...

 

 

 

우리 집엔 그게 두 개나 있다..

까만 것 하나...

분홍 색 하나....

하나는 오빠 꺼...

하나는 부끄럽지만 아저씨꺼다..

 

"뭐가 저리 재미 있지?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걸 보면

재미있긴 재미있나 보다..

 

 

 

오빠 옆으로 살금살금 갔다.

 

"오빠...재미있어?"

 

"......."

 

"나...한 번만 가르쳐 주면 안돼...?"

 

"오빠...바쁘거든...

엄마한테 가르쳐 달라고 해..."

 

항상 오빤 이런식이다.

내가 뭐 좀 물어보면 퉁명스럽기 짝이 없다.

 

아줌마 말이 원래 그렇기도 하지만

사춘기가 시작되서 더 그렇단다.

 

 

 

"아줌마...오빠가 게임 안 가르쳐 준대요..

아줌마가 좀 가르쳐 주시면 안돼요?"

 

"음....

아줌만 옛날 게임밖에 못 하는데....

테트리스 해 볼래?"

 

"자아...

초롱아....

블럭이 위에서 내려오면 이 버튼으로 모양을 바꿔서....

계속 쌓으면 돼.."

 

"아...이렇게요?"

 

"쉽지?"

 

 

 

아줌마에게 배우니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이렇게..조렇게 ...

모양을 바꾸고....

아래로....쑤욱...

 

어?

어?

띠리리리..리리...x2  띠리리리..리...x2

그런데 내려오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아직 모양도 못 바꿨는데...

아뿔사!!

엉뚱한 곳에 끼워 넣었다.

 

으윽.....

어쩌지... 어쩌지... 하는 동안

블럭은 계속 쌓이고 ...

게임은 끊나고 말았다.

 

 

 

 

심장이 어찌나 벌렁거리고

가슴이 조여오던지...

 

 

오빠는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저걸 저렇게 오래 하다니...

 

"초롱아...저거 많이 하면 온 세상이 다 저걸로 보여..

아줌마가 학교 다닐때 오락실에서 테트리스를 배웠는데

방에 눕기만 하면 천정이 테트리스로 보였단다.

그리고 항상 띠리리리...리리...가 귓가에 맴 돌고..."

 

난 이상하게도 좋던 나쁘던 오빠가 하는 것은 다 하고 싶다.

오빠가 하면 다 재미있는 것 같고

다 좋은 것 같다.

 

게임을 과하게 했는지

눈 알도 빠지는 것 같고

어깨도 결려 온다.

 

 

 

역시 내겐 무리였나 보다.

눈도 풀리고

다리도 풀리고

졸음이 솔솔 몰려 온다.

 

잠잘 때 베개로 딱인 이 게임기....

나름 내게도 유용한 점이 있다..

 

오빠 곧 시험이니 적당히 해...

아줌마 화나면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