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5일
오빠가 기말고사 시험이라고 온갖 바쁜척을 한다.
이것만 보면 해방이라나....
그깟 시험이 뭐라고 위세가 어찌나 대단한지....
여간 눈꼴이 신게 아니다.
"뭐..오빠 혼자 시험봐!
남들 다 보는 시험 좀 쿨하게 준비할 수 없어?"
"시험이 뭔지도 모르는 개 주제에..."
"뭐어......!!! 개?"
"그래!! 개!!!"
"내가 왜 시험을 몰라..
그깟 시험 나도 보면 되잖아!!"
아줌마는 왜 사서 고생이냐며 말렸지만 이왕 하는거 제대로 하고 싶다.
아줌마 말씀이 시험을 보기 전에 공부를 해야 한단다.
"초롱아...
아줌마가 빨간색으로 줄친거..동그라미 친거는 중요한 거다...알았지?"
아줌마는 뭐가 신나는지
밑줄 쫘악..
돼지꼬리 땡야!!
용꼬리 용용!!! 을 연방 큰 소리로 외쳐댔다.
그리고 시잘,특시잘을 빨간 글씨로 쓰시고 별표까지 했다.
"아줌마..시잘 특시잘이 뭐예요?"
"시험에 잘 나오는 것이 '시잘'.
시험에 특별히 잘 나오는 것이 '특시잘'이니까
특별히 달달 외워야 한다."
중요한 것을 일일이 집어 주시고
다시 한 번 복습을 해주셨다.
이만하면 백 점은 자신있다.
내가 이 번에 공부한 것은 '동물에게 주어서는 안되는 음식' 인데
세상에 어쩜 이렇게 먹어서 안되는 음식이 많은지....
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어서 공부하는 내내 군침이 절로 돌았다.
음냐..음냐...
" 아줌마...근데 답을 어떻게 표시해요?"
"옆에 스탬프 있지?
그걸로 발도장을 찍으면 돼..
혼자 할 수 있지?"
발바닥에 스탬프를 콕콕 찍어서....
정답에 찍으면....
수학은 좀 어려웠지만
나머지 문제는 쉬웠다.
80점 이상은 문제 없다.
시험 점수가 나왔다.
헉!!!
근데 시험 점수가....
수학이야 그렇다 치지만
다른 것이 몽땅 다 틀리다니...
20점이 정녕 내 점수란 말인가?
어쩐다...
오빠가 알면 1년내내 놀릴텐데....
정말 이해가 안간다.
초롱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
삼겹살...
아무리 생각해도 맞는 것 같은데...
개가 고기를 못먹는다는 것이 말이 되단 말인가?
그리고 우리 집 서열 1위는 내가 맞는데...
도무지 채점 결과가 수긍이 가지 않는다.
아저씨!!
초롱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 삽겹살 맞죠?
그리고 제가 우리 집 서열 1위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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