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이/초롱이일기

초롱이의 밀린 일기 - 설날에 생긴 일

토달기 2012. 3. 20. 05:00

 

2012년  1월  23일  (설날)

 

 

오늘 분위기가 이상하다.

 

다들 차려 입더니 아침부터 분주하다. 심지어 손님들까지 몰려든다. 고모네와 작은아빠네, 그리고 할아버지도 오셨다.

 

갑자기 큰 상이 펼쳐지고 향냄새가 진동한다.

 

 

 

 

앗!  그러고보니 오늘이 설날이구나.

 

어쩐지 요즘 눈도 침침하고 뒷다리도 잘 안펴지는게 영 시원찮다 싶더니  그 새 한살을 더 먹은 것이다.

 

그나저나 검이 오빠도 이제 좀 의젓해져야 할텐데... 

나 좀 그만 놀리고..

 

 

 

 

 

"아줌마 저도 도울게요.

저도 가족이니까 조상께 예도 올릴게요. 네?"

 

 

사실 내가 이렇게 신경쓰는데는 이유가 있다.  곧 먹게 될 떡국 때문이다.

 

아니나다를까 진수성찬이 차려지고 떡국냄새가 진동한다.

 

 

 

 

이럴때는 눈치빠르게 행동해야한다.

제일 만만한 찬이(작은아빠네 막내) 옆에 자리를 잡고 모른척 앉았다.

 

 

 

 

 내앞에도 떡국이 한그릇 놓였다.

꿈이냐 생시냐!  올해는 대길할 것 같다.

 

그런데!!!!

 

 

 

 

"초롱아, 넌 이리와서 개밥 먹어야지!"

 

아줌마가 부르시는 소리.

새해부터 개밥이라니, 이 무슨  개 밥그릇 뒤짚는 소리란 말인가! 

 

 

 

 

 

 

"절대 안나가요!"

 나는 재빠르게 상밑으로 숨었다.

사람은 재주로 살고 개는 눈치로 사는 법!

이럴때는 버티기가 최고다.

 

 

 

 

"아줌마 오늘은 설날이잖아요.

저도 떡국 한입만이라도 주세요. 네? 네?"

 

최대한 슬픈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래 설날이니 조금만 먹거라."

 

하!  성공이다! 

떡국 몇조각이었지만 정말 정신나간듯 먹었다.

 

 

 

 

"초롱이가 맹수가 됐네!

먹을것만보면 사나와진다니까!"

 

식구들이 놀렸지만 일단은 먹고보는거다.

 

"아... 떡국은 정말 맛있어. 왜 설날에만 떡국을 먹냐고요...얌얌.."

 

새해 첫날부터 운이 좋다.  다음은 더 기대되는 순간, 정신 바짝 차려야지!

 

 

 

 

세배의 시간이 왔다. ㅋㅋ

 

 

 

 

 

오빠들과 언니들은 벌써 세뱃돈 받은 것을 자랑하고...

 

나도 질수 없지!  미리 준비한 돈가방을 등에 매고 나섰다. 

 

 

 

 

"아줌마, 아저씨, 저도 세배할래요.

저도 가족이잖아요, 네?"

 

"초롱아 너는 안돼, 저리 가있어."

"왜요?   왜요?"

 

 

 

아저씨가 나를 들려고 하자 나는 싫다고 몸을 흔들었다.

 

그때였다!

 

 할아버지께서

 

"초롱아... 이리와라..

 너는 세배안해도 세뱃돈 주마."

 

 

 

 

앗싸!

 

할아버지께서 나를 불쌍히 여기신 모양이다. 역시 오늘은 운수대통한 날이다.

 

결국 아저씨, 아주머니, 고모,  작은아빠네까지 세뱃돈을 주어 내 주머니는 세뱃돈으로 가득 찼다!

 

아, 행복한 설날! 이제 맘껏 영양간식을 사먹어줄테다!

 

그런데 갑자기 오빠가 나를 불렀다.

 

"초롱아 이리와 안아줄게."

 

평소 나를 괴롭히던 검이오빠가  친절하게 나온다. 설날이라 기분이 좋은가보다.

 

 

 

 

못 올라오게 하던 침대에도 올려주고 다정하게 대해준다. 정말 새해첫날부터 기분이 좋다.

 

그런데..

 

 

 

 

오빠의 손이 슬그머니 내 등뒤로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초롱아 너는 아직 어려서 돈 관리를 잘 못하잖니?

어린 개한테는 너무 큰돈이니까 오빠가 잘 보관했다

너 필요할 때 줄게."

 

 

 

 

앗, 이 무슨 개 밥그릇 뒤집는 소리가 또 나온단 말인가?

가만 그러고보니 이것은 아줌마가 오빠에게 자주 쓰던 말인데..

설마.. 돈 욕심없는 검이 오빠가 그럴리가...

 

 

 

 

...라는 생각은 틀렸다.

 벌써 오빠의 손이 내 돈가방안에 들어있었던 것이다.

 

"초롱아 걱정마라. 이 오빠가 잘 보관할테니..."

 

 

 

 

"오빤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오빤 아줌마 말을 믿었어?

 

아줌마, 아저씨, 언니들! 도와주세요!"

 

 

 

그때였다.

"초롱아.. 이리와.. 내가 안아줄게."

갑자기 진이 언니가 나를 안아간다.

 

어라 오늘 내가 인기폭발이네.

 

 

 

 

그런데 왜이리 불안한 느낌이 드는 걸까?

 설마?

 

 

 

 

"초롱아 니 돈 언니가 맡아줄게. 그리고 더 불려줄게. 좋지?"

 

아.. 이럴수가.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오늘은 개를 잡네.

 

믿을 언니 오빠가 하나도 없었다. 나를 서로 안아주려 난리였으니까.

 

 

 

 

 

운수대통은 무슨. 올 한해도 언니 오빠 등살에 힘든 견생이 펼쳐지겠구나. ㅜㅠ.

 

"그런데 아줌마, 정말 세뱃돈 맡은 것 돌려주나요? 이자도 쳐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