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이/초롱이일기

초롱이 밀린 겨울일기 - 먹을 것이 움직여요

토달기 2012. 5. 1. 14:23

 

 

 

 

(초롱이 일기 스페셜! 동영상 최초공개!!! 소리 크게하고 보시면 초롱이 육성도 들으실 수 있어요. ^^)

 

 

2012년 2월 5일

 

오빠는 정말 많은 벌레들을 기르고 있다.

어른 손바닥만한 거미나 전갈도 있고

무시무시한 뿔달린 벌레, 기다란 지네를 비롯해

 나로서는 이름도 모를 벌레들이 얼마나 많은지...

 내가 덩치는 훨씬 큰데도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 

 

... 으잉 징그러워!...

 

 

 

 

 

그런데 얼마전

 벌레들 습도 맞춰준다고

 큰 물통을 방에 들이는 것이었다.

자동 가습기를 만든데나 뭐래나.

 벌레들에게 지극정성일세.

 

 

워낙 물하고는 안친한 지라 못본척 했다.

 

 

 

 

 

 

엥!!!

그런데 그 통에 넣어기른다며 뭔가를 물이 가득한 비닐봉지에 담아오는데

그것이.... 그것이.....

 

 

나의 로망,

 생선초밥이 틀림없었다!

 

 

 

 

가끔 아줌마 아저씨가 외출했다 돌아오실때  사오는 그것,

 정말 열심히 졸라야 한조각 얻어먹을 수 있는 것.

 

 

 

초밥 먹는 날이면

 젓가락질 하나하나가 내 애간장을 녹인다.

 

 

 

 

(언젠가 아저씨 젓가락의 초밥으로 온힘을 다해 점프하다가 눈이 튀어나올 뻔 한적이 있었다.)

 

 

 

가끔 아주 독하게 톡 쏘는 부분만 조심해서 먹으면

그 맛은 눈이 번쩍 트일 정도로 기막히다.

 

 

 

 

 

(연어초밥을 폭풍흡입하는 중, 이가 부실한 나에게 연어회는 너무 부드럽고 맛 또한 최고!)

 

 

 

그런데 왠일로 생선초밥을 검이 오빠가 들고 오는 것일까.

 그것도 특이하게 물에 담아서.

 톡쏘는 맛이 싫어서 물에 행궈먹으려는 것일까?

 

 

"오빠. 생선 초밥 먹으려는거야? 나도 좀 줄 거지?"

 

 

"뭐? 

 바보야, 이게 생선초밥이냐?

이건 진주린이야, 진주린... 이쁘지?"

 

 

 

 

 

진주린?

 흥!!!

 어짜피 오빠가 순순히 사실을 말하지 않을 것을 알았다.

 

 

분명 생긴 것이 생선초밥이구만.

빵빵한게 밥을 가득 채워넣었고

 무엇보다 내 코는 못속인다고.

물고기 비린내가 진동하는데..

 

 

 

 

 

(내 기억 속에 생생한 초밥, 생김새나 냄새로 볼때 오빠가 사온 것은 초밥이 틀림없었다.)

 

 

 

 

"오빠 그러지 말고 하나만 먹자.

응?

딱 하나만 먹을게. 안되면 반조각만이라도."

 

 

"이건 먹는 거 아니라니까!

 이건 기르는 거라고.

애..  완..  용..!!! "

 

 

 

 

 

헉!

오빠는 나를 밀치더니

생선초밥을 커다란 물통에 부어버렸다!

아무리 화가 나기로서니 먹을 것에 화풀이를 하다니...

 

 

 

 

 

"오빠!   주기 싫으면 말지!   이게 무슨 짓이야!

 내가 물에 젖었다고 못먹을 줄 알아?"

 

 

오빠는 말대꾸도 안하고 나가버린다.

 

 

 

물통속을 들여다보니 생선초밥이 둥실 둥실 떠다니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물살에 떠다니는 줄 알았는데

 이것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것은?

 

 

 

그렇구나!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활어회구나! 

 생선회는 활어로 먹어야 가장 맛있다는 말을 얼핏 들은 것 같은데.

 

 

 

 

활어회!  젓가락으로 콕 집는 상상을 해본다. (초롱이의 마음 속을 표현하고자 합성한 사진이에요. ^^ )

 

 

 

 

마치 입체영화를 보는 것 같아 눈을 뗄 수가 없다.

 

 

 

아!

딱 내 한입에 들어갈 크기의 생선초밥들,

색깔도 이쁘고 살아있어서 움직일때마다 맛좋은 냄새가 진동을 한다.

 

 

 

 

 

 

난 참을 수가 없어서

 계속 물통을 두드리고 손을 물에 담가도 보고

 급기야는 큰소리를 내고야 말았다.

 

 

 

 

 

 

 

평소 조용한 내가 마구 소리를 내자

아줌마가 달려오셨다.

 

 

"초롱아 무슨 일이니?

 왜 짖고 신음소리까지 내는거야?

어디 아프니?"

 

 

 

 

 

 

"아줌마, 이것 보세요. 오빠가 활어회초밥을 물통에 넣었어요.

너무 먹고싶어요.

제발 하나만 꺼내서 먹게 해주세요."

 

 

"뭐! 초밥?

 하하.... 그러고보니 크기나 생김새가 딱 초밥이로구나.

그런데 저것은 진주린이라는 금붕어야.

배가 빵빵하고 붉은 빛이라 새우초밥이나 연어초밥처럼 보이긴 한다만.

저건 먹는게 아니고 관상용이야."

 

 관상용?

 

 

 

 

 

"관상용?   그게 뭔데요? "

 

 

"보기만 하는 거란다.

초롱아.. 그러지 말고 금붕어랑 친해지렴.

앞으로 오래오래 함께 할건데"

 

 

 

 

 

 

이 무슨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란 말인가?

저 맛있는 것들이 눈앞에 아른 거리는 것을 앞으로도 계속 보고 참아야 한다고?

 

 

저절로 신음소리가 나왔다.

 아줌마 말도 믿을수가 없었다.

오빠는 애완용이라고 하고.. 아줌마는 관상용이라니 서로 말이 다르지 않은가?

 

 

 

 

 

 

 

내 스스로 진실을 밝혀내는 수 밖에.

 그러려면 아무래도 직접 맛을 봐야 할 것이다. 

 

 

 

 

 

 

어딘가 빈틈이 있을텐데. 

 

 

 

 

이토록 가까이 있는데 어찌할 수 없다니.

 

 

 

 

 

잘 하면 깨뜨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막 들어오신 아저씨가 너무 재미있다며 카메라로 내 모습을 찍는다.

 

 

"초롱아 니 모습을 한번 봐라. 얼마나 웃긴지."

 

 

 

 

아 창피해!  발톱이 빠지도록 두드리고 파봤지만 끄덕없는 물통.

 

 

 

 

나도 모르게 멍멍이 특유의 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이게 바로 개망신 ㅜㅠ.

(소리를 들어보세요.)

 

 

 

 

 

아 이럴수가,

 

 아저씨가 내민 동영상을 보니 내가 개소리를 내며 물통을 박박 긁고 있는 것이 아닌가?

 

 먹을 것 때문에 이런 추태를 부리다니.

 

더구나 가능하면 자제하려고 했던 개소리까지 ㅜㅠ,

 

 사람말만 쓰려고 했는데,

 

너무 먹고싶은 나머지 본능이 튀어나온 것이다.

 

 

 

 

 

"아저씨, 왜 이딴 걸 찍었어요?

저도 초상권 있다고요!"

 

 

날 우습게 보는 아저씨에게 그간 연습한 무서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초롱아, 아저씨 말은 믿지?

얘네들은 먹는게 아니야.

오히려 매일 먹이를 줘야 하는거야."

 

 

 

 

 

"먹이에게 먹이를 준다고요? 왜요? "

"얘네들은 먹이가 아니라니까!"

 

 

 

 

 아 정말 모르겠다.

 보면 볼수록 먹음직스러운데.

왜 검이 오빠는 이상한 것들만 키우는 것일까.

 

 

 

 

 

 

"아줌마, 아저씨, 

 진주린인지 뭔지 저 초밥같은 애들이 움직일때마다

 내 심장이 덜컥 덜컥 내려않는다고요.

 검이 오빠가 진주린을 키운다면 초롱이는 진짜 초밥을 키우게 해주세요.  네?

 제가 잘 돌보고 잘 키울게요. 많이 이뻐해줄게요. 네?"

 

.

.

.

.

 

그런데....

 

 

 

자꾸 봐서 정들었나. 얘네들, 살짝 귀엽다.

 

 

 

 

너희들, 이름이 뭐니?

 

......

 

 

 

대답은 없었지만 조용히 꼬리를 흔들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