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2.02.12-03.02 뉴질랜드 여행

부실한 아줌마의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 - 6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사고를

토달기 2012. 4. 18. 00:30

 

 

 

크라이스트처치 시내 지도 - 캠퍼밴은 좌측상단의 공항 근처에서 빌립니다.

 

 

 

이번 여행은 즐겁고 행복했지만 긴 여행이다보니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특히 초반이 힘들었습니다.

 

마일리지로 표를 구입했는데 아들 회원정보의 스펠링과 여권스펠링이 다른 것을 공항에 가서야 알게되어 출발하기 전부터 문제가 생겼었죠.

 

 

 

 

한글발음을 영문으로 옮기는 방식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자주 생기는 문제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항공사는 이런 부분을 이해하지만 상하이에서 뉴질랜드 항공으로 갈아타야하기때문에 문제가 심각해진 것입니다.

출발일이 휴일이다보니 한국 지사나 상하이 뉴질랜드지사에 연락이 되지 않아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죠. 비행시간 다되어서야 아시아나에서 다음날 상하이에 연락을 취하기로 해주어서 간신히 상하이행 비행기에 탔습니다.

다음날 다행히 아시아나의 도움으로 상하이에서도 비행기를 탈 수 있었지만 꽤나 실랑이를 벌였고 이 문제는 뉴질랜드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도 발생했습니다.

마일리지 이용하시는 분들은 꼭 여권과 마일리지 회원정보의 스펠링을 확인해보세요.

 

 

 

상하이 푸동공항은 입국심사부터 출국할때까지 여러가지로 까다로웠습니다.

 

 

상하이에서는 캠핑장비를 이상한 물건으로 오해해서 따로 불려가서 짐수색을 당하기도 했으니 뉴질랜드에 도착하기까지의 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던 셈입니다.

 

도착하는 공항마다 이리저리 불려다니고 뛰어다녔던 남편은 신경을 많이 써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크라이스트처치의 비바람치는 날씨에다 피로가 겹쳐서인지 캠퍼밴 인수과정에서 손가락이 베이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캠퍼밴 직원은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하며 붕대로 응급조치를 했지만 오른 손을 다친 가운데 빗속에 큰 차를 몰고 처음 해보는 우측 운전을 하게 된 것입니다.

 

 

 

퍼붓는 비와 함께 뉴질랜드에서의 첫 운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남편은 20년 넘게 무사고 운전이고 한국에서도 미니밴 등 큰 차를 몰아봤지만 뉴질랜드에서의 첫 운전은 결코 녹녹치가 않았습니다. 나중에 남편에게 들으니 캠퍼밴이나 우측 운전보다 뉴질랜드의 교통규칙때문에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라운드 어바웃 - 사거리에서 신호등 없이 가운데 동그란 부분을 중심으로 돌아 나가게 됩니다.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와는 확연히 다른 교통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라운드 어바웃인데 영국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 우리 나라에도 있던 로터리 비슷한 것인데 사거리에서 신호등 없이 자동차가 원형을 따라 돌며 좌회전 유턴 등을 하게 됩니다. 

 

 

 

앞에 보이는 것이 라운드 어바웃으로 장소에 따라 형태와 크기가 매우 다양합니다.

차량이 적을 때는 신호등이 없으므로 빠르게 사거리를 통과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계속 진행하다가 위의 사진처럼 우측에 차가 있으면 멈추고 아니면 진입합니다.

처선이 우리와 반대인데다 낯선 제도여서 차가 많을때는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저희는 처음부터 퇴근 시간에 라운드 어바웃을 경험하게 됩니다. 

 

 

크라이스트처치는 대도시임에도 아주 복잡한 곳을 빼놓고는 대부분 라운드 어바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규칙은 우측에 차가 있으면 멈추고 없으면 계속 진행해서 자기 갈 길을 가는 것입니다. 차선도 회전도 반대이고 퇴근이 빠른 곳이라 이미 차량이 많아진 가운데 신호등 없이 사거리들을 통과하려니,남편은 정신이 없는 모양입니다. 마치 '짱구는 못말려'에 나온  짱구 엄마의 첫 운전이 생각나더군요.

 

 

 

차가 없는 뉴질랜드라고 하지만 1차선 도로가 대부분이라 퇴근시간에는 차들이 줄을 섭니다.

 

 

우리의 첫 목표는 복잡한 크라이스트처치를 벗어나 카이코우라까지 가는 것이었지만 한국식재료를 사려면 크라이스트처치가 좋다는 말에 시내에 있는 한인마트에 들려가기로 했던 것인데 이것이 실수였습니다.

 

비가 오는 퇴근 시간, 처음 접해보는 교통방식, 내비게이션까지도 한국과는 너무 달랐습니다. 그야말로 도로만 덜렁 표시되기 때문에 주변을 미리 살피거나 판단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내비게이션은 기본적인 시설정보나 건물표시조차 없이 오로지 도로만 보여줍니다. (남섬 테아나우 중심가)  

 

 

또 한가지 캠퍼밴을 처음 타보는 저는 캠퍼밴이 움직일때마다 생겨나는 무시무시한 소음에 놀라 계속 비명을 지르게 되었어요. 그릇깨지는 소리하고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는데 가뜩이나 겁이 많은 저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저까지 옆에서 비명을 질러대자 남편은 더 정신없어했지만  그래도 어찌 어찌 한인마트에 도착했는데 하필이면 길 반대편이었습니다. 남편은 차의 속도를 줄이고 돌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듯 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차를 인도쪽으로 붙이더군요.

 

 

 

내비 안내를 따라가다 보니 건너편으로 한인마트가 보입니다. 1차선 도로라 속력을 늦추자 뒤의 차들이 성화를 부렸습니다.

 

 

뉴질랜드 남섬은 대부분의 도로가 1차선입니다. 크라이스트처치도 거의 대부분 일차선으로 되어있고 그나마 갓길이 여유있는 곳에는 차들이 주차해있더군요. 그러다보니 앞의 차가 속도를 줄이면 뒷 차들이 죽 늘어서게 됩니다.

 

 

 

우측 통행의 1차선 도로에 중앙선이 점선이다 보니 처음에는 역주행으로 차가 달려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더구나 갓길에는 차들이 주차해 있는 곳이 많았습니다.

 

 

우리 차가 속력을 줄이고 천천히 가자 뒤의 차들이 답답했는지 바짝 따라붙으며 심지어 쌍라이트를 켜대는 바람에 남편은 갓길을 이용해 뒤의 차에게 양보를 해주려 한 것입니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양보심이 강하고 교통질서를 잘 지킨다고 들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뉴질랜드는 인구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수 8위로 교통사고가 많은 나라이고 뉴질랜드 운전자들의 난폭운전에 대한 관광객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영국과 같은 유럽에서는 뉴질랜드 여행시에 운전이 위험하다고 주의를 준다고 합니다.  

 

 

 

남편이 차를 갓길로 붙이고 속도를 줄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뒤의 차들이 앞질러 갑니다.

도로가 좁고 차는 커서 트럭이 지나갈때는 아슬아슬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운전 중에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남편이다보니 뒤의 차들을 먼저 보내려고 한 것인데 그 순간 갑자기 뭔가가 크게 찢어지고 부서지는 굉음이 났습니다. 놀란 저와 남편은 차를 멈추고 밖으로 나갔는데 차의 좌측면에 전신주 기둥이 닿으면서 사고가 났던 것입니다.

 

 

 

나무로 된 전신주에 닿아있는 캠퍼밴, 뒤로는 어닝이 떨어져 나가 있습니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차를 몰고 나오자마자 사고를 내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보시는 것처럼 차는 인도를 침범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전신주에 닿았을까요? 

 

 

여기서 뉴질랜드의 독특한 도로구조를 알게 되었는데 갓길쪽으로 갈수록 도로가 낮아지며 경사가 지다보니 캠퍼밴 같이 높은 차는 인도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비해 가로수나 전신주가 도로에 바짝 붙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운이 없었던지 하필이면 차를 피하던 곳의 전신주가 도로에 바짝 붙어있는데다 차도로 기울어지기까지 해서 인도쪽으로 기운 캠퍼밴의 튀어나온 부분인 어닝과 후사경에 닿았던 것입니다.

 

 

 

 

 

캠퍼밴의 앞모습, 옆을 보시면 어닝-붉은 줄로 표시된 부분이 튀어나와있습니다.

기울어진 도로와 기울어진 전신주로 인해 저 부분이 걸려서 떨어져 나간 것입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도로변에 차를 주차할때도 저 정도는 붙이는 것이 정상인데 이곳에서는 전신주와 스치는 사고가 되어버린 것이죠.

 

 

 

 

 

다른 곳에서도 이처럼 갓길이 인도로 기울고 전신주나 기둥은 도로로 기운 곳이 많았습니다. (남섬 체비엇)

기둥을 도로에 바짝 붙여 심어 놓은 것도 이해가 안되더군요.

이 곳도 딱 붙여서 주차하면 기둥과 차의 옆면이 닿을 듯 합니다.

 

 

 

 

이후로는 주차선 근처에 표지판이 있으면 무조건 간격을 띄워서 주차시켰습니다. (남섬 더니든 시내)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20년 무사고 경력을 자랑하던 남편은 별 잘못도 없이 사고를 낸 것에 황망해했고 겁 많은 저는 여행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집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여행 처음부터 이러니 앞으로의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다행히 지나가던 남성분이 끝까지 사고처리를 도와줬습니다. 그분께는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토달기 아줌마의 고생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으니...ㅜㅠ

남은 이야기는 다음에 들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