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2.02.12-03.02 뉴질랜드 여행

부실한 아줌마의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 8 - 카이코우라 가는 길

토달기 2012. 8. 21. 00:30

2012년 2월 15일

 

와이쿠쿠 홀리데이파크에서 퇴실하여 캠퍼밴을 찾으러 크라이스트 처치로 향했습니다.

비가 멎고 해가 나니 어제의 황망했던 마음이 가라앉고 한결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크라이스트처치 들어가기 전  countdown 과 pak's save 등이 모여있는 복합쇼핑몰이 있어서 들려봅니다.

 

 

 

푸드코트에 가니 여러나라 음식을 골고루 팔고 있더군요. 중국음식을 여러 종류 작은 박스에 담아 간단하게 식사도 하고  마트에서 싱싱한 과일을 산 후 캠퍼밴을 받으러 마우이 사무소로 갔습니다.

 

 

 

캠핑의 낭만인 어닝을 떼어낸 캠퍼밴 모습 ㅜㅠ

 

 

그런데 돌려받은 캠퍼밴은 백미러만 교체 되었을 뿐 긁힌 곳은 흰테이프를 붙인 상태였고 어닝은 아예 떼어내버린 상태였습니다.

어닝을 고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니 그냥 쓰라고 하네요. 그럴 거면 뭐하러 오후 늦게 오라고 한 것인지...

우리나라같으면 충분히 고칠 수 있는 시간이었을텐데 고작 테이프 붙이고 백미러 교환하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쓴 것인지...

 

 

 

뉴질랜드 최대 캠퍼밴 회사인 마우이, 일처리 속도는 마치 슬로우모션을 보는 듯 여유가 넘칩니다. ㅜㅠ

 

하지만 외국에서의 일처리는 우리나라와 달리 많이 느리다는 것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었고 뉴질랜드 역시 아주 느긋하게 일처리를 한다는 것을 이미 느끼고 있었던지라 그냥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비록 사고를 낸 책임이 있지만 약간 억울한 사고인데다 프리미엄 보험임에도 바로 차량교환이 안되서 소중한 여행일정에서 하루하고도 반나절이나 손해보았는데 어닝까지 쓰지 못하게 되다니 속상한 노릇입니다.

 

인수인계하는데도 시간이 꽤 걸려 세시가 되어서야 카이코라로 출발했습니다.

오후가 되면서 날씨가 다시 흐려졌지만 일단 도심을 벗어나 고속도로를 달리니 운전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훨씬 덜 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캔터베리 평야를 달리는 자전거, 어디까지 가야 쉴 수 있을지 보는 사람이 걱정입니다.

 

 

 

 

캔터베리 평야를 달릴때는 그냥 일직선으로 되어 있는 도로를 신나게 달리기만 하면 되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평야가  끝나고 산간으로 접어 들 무렵 오락가락 비가 내리더니 갑자기 소나기로 변하고 길은 강원도 산간처럼 구불구불 오르락 내리락 대기 시작합니다. 

 

 

 

마치 열대지방의 스콜처럼 무섭게 쏟아지는 뉴질랜드 소나기에 길까지 험해집니다.

 

 

 

우리 가족은 카이코우라를 가야할 이유가 있어 처음부터 카이코우라로 방향을 잡았지만 처음 운전하는 경우라면 카이코우라 방향보다는 테카포나 퀸스타운 방향으로 운전하시기를 권합니다. 그 이유는 나중에 뉴질랜드에서의 운전에 대한 포스트를 올리겠습니다.

 

 

 

 

 

카이코우라 가는 길은 나무없는 민둥산이 많고 황량한 느낌이 나는 곳이 많습니다.

 

 

강원도 산길은 정취라도 있지만 여기 산들은 나무가 없는 황량한 분위기에 앞이 안보이는 소나기가 수시로 내리고 한참을 가도 휴게소나 주유소조차 나오지 않는 겁니다.

 

 

 

 

어렵게 찾은 휴게소 표시를 보고 들어간 카페는 문을 닫았습니다.

 

 

배가 고파 들른  까페는 그나마 문을 닫고 있었습니다. 미리 사간 과일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문닫은 휴게소 앞에서 먹는 뉴질랜드 과일은 그야말로 꿀맛이었습니다. 너무 맛있게 먹느라 사진도 못 찍었어요.

 

 

 

 

카이코우라 가는 길에 들른 Cheviot, 지나는 마을마다 공중화장실이나 슈퍼가 있어 고속도로 휴게소 역할을 합니다.

 

 

뉴질랜드에서 고속도로 여행을 하다보면 한참만에 마을을 통과하는데 그때는 꼭 들러서 필요한 일들을 해결하고 가야 합니다. 화장실에 들리거나 음식을 사거나 주유를 하는 일들이요. 우리나라같은 고속도로 휴게소는 보지 못했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인지 양들은 드물게 보이고 도로변에 큰 소들이 몰려 있었습니다.

 

 

뉴질랜드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초원에 한가로이 양떼들이 풀 뜯어먹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첫날부터 계속 날씨가 좋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이쪽 길이 원래 그런지 초원의 양떼는 잘 보이지 않고 대신 소들이 도로근처에 나와있더군요. (나중에 테카포 내려가면서 양떼를 물리도록 보게 됩니다.)

 

 

 

 

마치 사열을 하듯이 한줄로 늘어서 우리를 맞아주던 뉴질랜드 소들

 

 

그중 한무리가 군대 사열하듯이 일렬로 줄을 지어 우리 차를 맞아 주더니 차가 지나가는 방향으로 일제히 고개를 돌려 배웅합니다. 검이 아빠는 작품 사진 나오겠다며 내려서 사진을 찍고 싶어했지만 소나기가 내리고 길이 험하다보니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에 그냥 가자고 했습니다. 검이 아빠는 재미있는 사진이 나왔을 거라며 지금도 가끔 그때를 아쉬워 하네요.

 

 

 

 

 

 

카이코라가 가까워 오자 산들이 높아지면서 푸른 숲이 펼쳐집니다. 길은 더욱 좁고 험해지는데 대형트럭들이 앞에서 정말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을 펼칩니다. 겁많은 저는 불안해서 눈을 뗄수가 없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거대한 트럭들이 좁은 길 옆을 지나갈때마다 캠퍼밴이 심하게 휘청거렸습니다.

 

 

 

구불구불 험난한 산악도로가 끝나고 크라이스트 처치를 출발한 지 약 3시간 만에 카이코라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접하는 뉴질랜드의 산악길과 빗길을 제치고 달려온 곳, 흐린 날씨임에도 이곳의 풍광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기차길과 바다가 함께 달리는 카이코우라 해안도로

 

 

왼쪽에는 기차길이 소박하게 산을 따라 나있고 오른쪽 어깨에는 시원한 해변을 걸고 달리는데 우리나라로 치자면 제주도 해변도로나 7번국도를 달릴때처럼 멋진 풍광이 계속 펼쳐집니다.

비도 잦아들고 이제 좀 편해지는가 했는데 블로그에서 봤던 마의 터널을 만나게 됩니다.

 

 

 

 

너무 야박하게 뚫은 카이코우라 터널, 그러나 뉴질랜드에는 더 좁은 터널들도 있더군요.

 

 

차 한대가 겨우 들어가는 터널.....

뉴질랜드에서는 조금만 대도시를 벗어나도 다리와 터널이 대부분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왕복1차선으로, 어찌나 좁은지 통과할때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뉴질랜드에서 자주 만나는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가는 다리, 양쪽에서 차가 오면 서로 교대로 건너가야 합니다.

 

 

 

그래도 카이코우라로 가는 터널은 스릴이 느껴질 정도로 너무 좁더군요. 환경보호를 위해서라지만 이왕 터널을 뚫는거 좀 넓게 뚫지 하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을 수출한다면 다른 건 몰라도 다리나 터널은 시원시원하게 넓게 뚫어줄텐데 하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터널을 통과하자마자 이런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집니다. 비가 개인 카이코우라가 얼마나 멋진지 다음 포스팅에 보여드리겠습니다.

 

 

 

 

 

카이코우라 TOP10 홀리데이 파크, 위치나 시설 모두  수준급이었습니다.

 

 

우리의 숙소인 카이코우라 홀리데이 파크는 그림같은 카이코우라 해변 마을, 바다를 앞마당 삼은 시골기차역에 인접해 있었습니다. 

 

 

 

한쪽으로는 구름 덮인 높은 산이 병풍처럼 이어져 있고

 

 

 

또 한편으로는 기차역 너머 넓은 해변이 펼쳐져 있습니다.

 

 

배산임수의 형국인데 산이 그냥 산이 아니라 만년설이 뒤덮인 알프스같은 거대산이고 물도 그냥 물이 아닌 거대한 바다이니 그야말로 천혜의 명당자리인 셈입니다.

 

 

 

우리가 배정받은 캠퍼밴 주차 장소, 넓고 깨끗하고 아늑합니다.

 

 

 

오후 6시가 넘었지만 아직도 날이 훤합니다. 비구름도 걷히고 깔끔하고 넓은 홀리데이파크에 여장을 푸니 여행초반 고생이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웬지 멋진 여행이 펼쳐질 것 같은 기대가 커집니다. 우리 가족이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테카포 방향이 아닌 카이코우라로 먼저 올라온 이유를 다음 포스트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