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2.02.12-03.02 뉴질랜드 여행

부실한 아줌마의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 14 - 카이코우라에서 낚시하기

토달기 2012. 10. 25. 00:30

 

 

2012년 2월 17일

 

오늘은 테카포 호수에 가기로 한 날, 400킬로미터가 넘는 장거리에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야 하므로 험준한 카이코우라 산길을 다시 넘어야 할 터, 여행 안내책에는 6시간에서 7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라고 나와있지만 실제로는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즐거웠던 카이코우라 TOP10 을  아침 일찍 체크아웃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이아빠는 가재를 잡겠다는 검이와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아침에 배낚시를 가기로 결정합니다.

미리 예약을 못한 관계로 일찌감치 홀리데이파크를 체크아웃하고 다시 아이사이트로 향합니다.

 

 

 

뉴질랜드 관광의 중심은 역시 아이사이트, 카이코우라 아이사이트 내부 시설은 이렇습니다.

 

 

이제보니 아이사이트 위쪽에 거대한 알바트로스 박제가 매달려 있었네요.

 

 

 

알바트로스 투어를 하고 나서인지 천정의 대형 알바트로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아침 일찍 왔음에도 배낚시는 모두 예약이 끝났다고 하는군요.

 

검이 아빠가 사정을 하자 여기저기 전화를 하더니 작은 배 하나가 막 출발하려하는데 거기 타겠냐고 하네요.

 

바람이 많이 불고 있어 걱정이 되었지만 검이 아빠는 그 배를 예약하고 부리나케 약속된 장소로 차를 몰아갑니다.

 

 

 

항구도 아닌 갯벌에 정말 작은 배 하나를 트랙터로 끌고 옵니다. 바람이 심한데 너무 작은 배라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도착해보니 정말 작은 배더군요.

나중에 보니 카이코우라의 다른 배낚시 업체들과 달리 홈페이지도 없고 전화번호만 달랑 올라와있는 그야말로 영세한 업체의 배였나봐요.

 

저는 배멀리 때문에 낚시는 엄두도 못내고 검이와 검이아빠만 올라타는데 다른 손님이라고는 조사님의 풍모가 풍기는 중년의 외국인 한분 뿐이었습니다.

 

 

 

 

유일한 손님은 고수의 풍모를 풍기는 중년의 조사님 뿐, 승객 세명, 선원 두명의 출조입니다.

 

 

 

배에  올라탈 때도 받침대나 사다리조차 없이 힘들게 올라타야 하는데 이게 과연 관광용 낚시배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올라타는데도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는 셀프시스템

 

 

 

 

바람이 많이 부는데 저 작은 배로 괜찮을 지 걱정이 됩니다.

 

 

 

결국 걱정 속에 배는 떠나고 이제부터는 검이 아빠가 들려주는 검이의 낚시 고행기입니다.

 

 

 

 

앉을 곳도 없는 작은 배라 뒷편 난간에 몸을 붙이고 간신히 진동을 이겨내고 있는 검이

 

 

검이 아빠 말로는 알바트로스 투어때와 달리 깊은 바다로 나간데다 바람이 세서 파도는 거친데 배는 훨씬 작으니 흔들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하네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오르락내리락 하며 이리저리 흔들리는데 제가 같이 안가기를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 조사님도 카이코우라의 풍광을 칭찬했다고 하네요.

 

 

함께 탔던 분은 예상대로 한가닥 하는 조사님으로 세계 이곳저곳을 누비며 낚시를 하는 분이라는데 그분 말씀으로도 카이코우라 바다가 다녀본 곳들 중에서 손꼽힐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라고 했답니다. 이분은 제대로 낚시를 해보려고 관광객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작은 배를 고른 것인데 거기에 검이아빠와 어린아이가 동행했으니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을 듯 합니다.

 

 

 

 

거친 말투에 산전수전을 다 겪은 듯한 느낌의 선장님과 선원은 관광배낚시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또 배의 선원들도(선원이래봤자 선장 포함 단 두명 뿐이지만) 전혀 관광객을 배려하는 태도가 아닌 직업 어부와 같은 태도였다고 하네요. 어린 아이가 위험천만하게 흔들리는데도 배의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았고 어른들이 들기에도 무거운 낚시대를 던져주고는 몰아붙이듯이 낚시를 하라고 했답니다.

 

 

 

어린이용 낚시대가 없어 무거운 낚시대로 힘겹게 낚시를 해야했던 검이  

 

 

그래도 낚시는 기가 막히게 잘 되서 넣자마자 물고기가 걸려오는데 한번에 두마리 세마리씩 올라왔답니다.

 

 

 

미끼가 바닥에 닿자마자 입질이 오고 끌어올리는대로 물고기가 올라온다고 합니다.

 

 

그것도 미끼를 넣은 숫자만큼 물고 올라오는데 낚시라기보다는 노동에 가깝다고 하네요.

 

 

옐로우피치라고 바닥에 사는 물고기라 미끼를 바닥까지 떨구는 순간 입질이 오지만 워낙 깊은 곳이라 끌어올리는데만 해도 몇분씩 걸리는데 물고기가 크고 여러마리가 걸려올라오니 낚시가 아니라 거의 노동이 되었데요. 검이 아빠 말로는 마치 불법어선에 끌려와서 죽노동을 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는군요.

 

 

 

 

주렁주렁 열매 열리듯 걸려올라오는 옐로우 피치

 

 

 

낚시를 좋아하는 검이조차 십여마리 잡고 나서는 지쳐서 더이상 못하겠다 하는데 배가 작다보니 앉아서 쉴곳조차 마땅치 않고 결국은 심한 멀미를 하며 연거푸 구토를 했답니다.

 

 

 

심한 배멀미에 계속 구토를 하며 힘들어하는 검이

 

 

 

검이가 멀미로 구토를 한 것은 태어나서 이번이 처음인데 그만큼 배가 많이 흔들리고 힘들었나봐요. 그런데 아이가 구토를 하는데도 뱃사람들은 본척도 안하고 다시 더 깊은 곳으로 낚시를 하겠다고 이동하려 했다는군요. 

 

 

 

 

조타실에 간신히 기대어 앉은 검이는 고개를 가누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했답니다.

 

 

그때까지 멀미로 힘들어하던 검이 아빠는 검이가 구토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정신이 바짝 들더니 멀미기가 싹 사라졌다고 해요. 부성애의 힘일까요.

 

조타실 쪽에 자리를 만들어 검이를 돌보면서 아이가 안좋으니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더니 가재를 잡기위해 놓은 통발을 건져야 하는데 어떻게 하겠냐고 묻더랍니다. 그 말을 듣자 갑자기 기운을 낸 검이는 반드시 가재는 잡아야 한다며 통발을 내린 곳으로 가기로 했죠.

 

 

 

 

가재를 잡으로 간다는 말에 검이는 바다 바람을 맞으며 다시 힘을 내봅니다.

 

 

한참을 달려 검이가 다시 쓰러질때쯤에서야 드디어 통발을 쳐놓은 곳에 도착했습니다.

 

 

 

 

 

녹옥색으로 빛나는 바다속에서 가재가 가득한 통발이 올라옵니다.

 

 

 

인상깊었던 것은 올라온 가재들을 길이를 재서 일정 길이보다 작은 것은 가차없이 바다로 돌려보낸다는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작다 싶으면 꺼내자마자 바로 바다로 던져버립니다.

 

 

나중에 다시한번 크기를 재서 기준에 비슷하기만 해도 바다로 돌려보냅니다. 저렇게 큰 가재도 그냥 놔줍니다.

 

 

 

첫번째 통발에서 기준을 통과한 것은 고작 세마리, 크기가 어마어마합니다.

 

 

 

우리나라에서라면 대형가재로 팔리고도 남을 크기인데도 아낌없이 돌려보냅니다. 첫 통발에서 고작 세마리를 남기고 모두 돌려보냈답니다. 뉴질랜드 사람들의 철저한 준법정신과 자연사랑이 돋보이는 순간입니다.

 

 

 

이정도 크기는 되줘야 저 통에 들어갈 자격이 주어집니다. ㅡㅡ;

 

 

 

멀미에 기진맥진하던 검이도 가재가 올라오자 힘을 내기 시작했대요. 통을 가득 채운 가재들 중 어떤 녀석을 가져갈지 행복한 고민중이네요.

 

 

 

그렇게 놔줘도 통발을 여러개 걷어올리니 결국 초대형 가재들로 통이 가득합니다. 

 

 

 

미리 쳐놓은 통발들을 건져올리자 가재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어종들이 걸려올라옵니다.

 

 

 

통발에는 가재뿐 아니라 거대한 바다장어에 대형 문어까지 올라왔다고 합니다. 

 

 

 

뉴질랜드는 거대장어로도 유명한 곳이지만 정말 무시무시하네요.

 

 

엄청난 크기의 바다장어, 우리나라같으면 대박이라고 외쳤을 것이건만 여기서는 재수없다는 듯 바로 바다로 던져버렸데요. 그 다음 어른 머리보다 훨씬 큰 문어도 올라왔는데 역시 바다로.... 그걸 보고 검이 아빠는 너무 아까웠다고 하네요. 사실 선장님이 문어를 먹겠냐고 물어봤다는데 왠지 이상하게 볼 것 같아서 거절했다고 합니다. ㅎㅎ

 

 

 

 

 

드디어 돌아온 낚시배, 트랙터로 물밖으로 끌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낚시가 끝나고 돌아온 배는 이번에도 트랙터로 갯벌까지 끌어올립니다. 가재 잡이에 성공한 검이는  배멀미도 잊고 의기양양한 표정이네요.

 

 

 

아이들의 회복력은 정말 놀랍습니다. 기분이 좋아서인지 금방 밝은 표정을 되찾은 검이입니다.

 

 

 

잡은 물고기는 포를 떠서 나눠주는데 간 없이 그냥 구어먹기만 해도 맛있는 어종이라 캠퍼밴 냉장고에 얼려놓고 여행이 끝날때까지 우리 가족의 훌륭한 반찬이 되어주었습니다.

 

 

 

잡은 고기는 먹기 좋게 포를 떠서 줍니다. 수십마리나 잡았기에 여행끝까지 맛있는 생선요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힘들었던 배낚시체험의 전리품, 싱싱하게 살아있는 카이코우라 바다가재 (사실은 CRAY FISH)

 

 

바다가재는 인원당 한마리씩, 즉 우리 가족은 두마리를 고를 수 있었는데 검이는 가장 큰 놈을 가지고 싶어했지만 야속하게도 가장 작은 놈 두마리를 골라주네요. 추가돈을 주고라도 큰놈을 사겠다고 했지만 허락하지 않더군요. 이유가 있었겠지만 역시 관광객을 대하는 서비스 마인드는 부족한 배인 것 같습니다. 전문적으로 낚시를 하실 분들에게는 좋을 수도 있겠고요.

 

 

 

 

잡은 가재 중 가장 작은 놈들이었지만 우리 가족이 먹기에는 충분히 큰 가재였습니다.

 

 

그러나 작은 놈이라고 해도 어마어마하게 크고 힘이 장난이 아닙니다. 사실 큰 놈들은 골랐어도 담을 그릇이 없어 요리가 불가능했을 겁니다.

 

비록 배멀미에 낚시라기보다 죽노동을 하고 온 기분이었지만 직접 가재요리를 해먹을 생각에 검이는 행복해했고 잡아온 생선과 가재 가격을 생각하면 낚시 비용은 아깝지 않은 돈이었습니다.

 

 

 

두 손에 가재를 잡은 검이는 언제 아팠냐는듯 의기양양합니다. 

 

 

 

카이코우라 배낚시는 추천할만 하지만 꼭 미리 예약하셔서 관광객을 위한 큰 배를 타시고 가능한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 날 나가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조금 먼 바다는 파도가 워낙 세서 큰 배를 탄 분들도 배멀미로 심하게 고생한다고 하네요.

 

 

 

 

이제 아름다운 카이코우라를 떠나야 할 시간.... 갈 길이 멉니다.

 

 

 

검이 아빠는 여행만 오면 엄청난 체력을 발휘하는데 검이가 멀미하는 모습을 본 순간부터 멀미기도 사라지고 정신이 바짝 든 상태였습니다. 쉬지도 않고 바로 차를 몰아 테카포까지 긴 여정을 떠납니다.

 

 

 

 

지나는 도로 옆 해변마다 이름모를 바닷새와 물개들이 소풍나온 것 마냥 햇빛을 즐기고 있습니다.

 

 

 

떠나는 길 곳곳에 신기한 바다새들과 물개들이 우리를 배웅하는 듯 합니다. 미역들이 둥둥 떠있고 바위돌이 많은 곳을 지날때마다 검이 아빠는 바로 여기가 전복이 날 만한 곳인데라며 아쉬워 합니다.

 

 

 

이런 곳이 나올때마다 검이아빠는 전복 잡기 좋은 곳이라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하루를 낭비하지 않았더라면 더 머물 수도 있었다면서 말이죠. 그러나 2박 3일만으로도 카이코우라는 제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물개에 물릴 뻔 하고 배멀미에 시달리고 비록 고생이 많았지만 검이에게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을 것입니다.

 

 

 

 

 

마음을 치료하는 정적인 아름다움과 거대한 자연을 마주하는 역동적인 에너지가 함께 하는 곳, 쉬고싶은 저에게도, 놀고 싶은 검이에게도 행복이 넘쳤던  카이코우라, 뉴질랜드 여행을 하는 분들이라면 지나치지 말아야 할 곳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