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2.02.12-03.02 뉴질랜드 여행

부실한 아줌마의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 16 - 푸카키 밀키블루,

토달기 2013. 3. 16. 12:45

 

 

푸카키 호수를 향하여.....

 

 

 

은하수의 마을 테카포에서 보낸 꿈같은 시간들,

 

이제 구름을 뚫는 산 아오라키(마운트쿡)로 향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는 길에 밀키블루라 불리우는 신비의 호수 푸카키가 있습니다.

 

 

 

판타지 세계로의 여행, 푸카키로 가는 길에서...

 

 

 

푸카키 호수란?

 

아오라키 마운트쿡의 빙하가 녹아내려 만든 해발 518.2m~ 532m 고산에 위치한 면적 178.7㎢의 거대한 호수입니다. 테카포 호수, 오하우 호수와 이웃하면서도 마운트쿡의 만년설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호수로, 눈덮인 산맥과 황량한 들판 사이에서 그림같은 절경을 자랑합니다. 빙하분말이 녹아들어 만드는 밀키블루의 신비한 물빛은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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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카키 호수 위치(구글지도 map.google.com) 

 

 

 

소리만으로도 반했던 테카포의 눈부신 자태를 잊을 수 없어 마음 아팠지만 푸카키의 물빛을 보는 순간 아찔한 비현실감에 테카포의 추억은 먼 엣사랑처럼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푸카키의 첫 인상은 마치 초현실주의 그림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테카포의 아름다움이 그림같은 사실라면 푸카키의 그것은 사실일 수 없는 그림이었습니다.

 

물감을 풀어놓아도 이런 색은 내지 못할 것입니다.  몇번을 보아도 믿어지지 않는 색, 그래서 부담스럽기까지 한 물빛에 한숨만 푹푹 내쉴 뿐이었습니다.

 

 

 

밀키블루라  불리는 푸카키의 물빛은 눈에서 머물지 않고 가슴 속 깊은 곳까지 파고들만큼 강렬합니다.

 

 

 

그때였습니다. 잠깐의 바람과 구름이 햇빛을 씻어내고 호수에 회색구름의 그림자가 드리운 순간, 그토록 아름답던 푸카키의 밀키블루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탁주를 풀어놓은 듯 흐린 물빛이 그 자리를 덮은 것이었습니다. 순식간에 호수가 백년은 늙어버린 듯 보였습니다.

 

 

 

남섬의 호수들은 태양이 사그라들면 100년의 나이를 먹은 듯 빛을 잃습니다.

 

 

 

아, 이것이었구나. 뉴질랜드로 오기전 푸카키에 대해서 검색을 하면  공존할 수 없는 상반된 의견이 함께 있어 혼란스러웠습니다.

미칠듯한 찬사와, 조금은 실망스럽다는 반응,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이 분명합니다.

테카포에서도 경험했지만 남섬의 호수는 햇빛을 한껏 머금어야 그 신비의 빛을 낼 수 있는 것입니다. 마치 동화속 저주받은 공주와 같은 운명이랄까요.

흐린 날 푸카키를 보았다면 저 역시 푸카키 공주의 물빛보다는 마운트쿡 왕자의 웅장함에 더 끌렸을 듯 해요.

 

 

 

마운트 쿡의 늠름함과 푸카키의 영롱함을 모두 볼 수 있는 한 여름의 태양 빛이 축복처럼 느껴졌습니다.

 

 

 

행복하게도 우리 가족은 남섬의 강렬한 햇살의 자비로움으로 비너스처럼 깨어나는 테카포와 푸카키의 아름다움에 처절히 반할 수 있었습니다.

뉴질랜드를 가셔서 테카포와 푸카키를 보신다면 꼭, 꼭 맑은 날 만나시기를....

 

 

 

 

기묘하게도 호수 옆에는 아름다운 호수와는 너무도 다른 황량한 벌판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푸카키가 더욱 신비로운 것은 거대한 아오라키의 산봉오리들을 병풍처럼 두르면서도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마치 지구가 아닌 것 같은 황량한 사막지형이 끝없이 펼쳐져 있어 으스스한 느낌을 준다는 것입니다.

 

 

 

 

고개를  돌리면 외계 행성같은 자갈밭이 시야를 가득 채워 푸카키의 세계를 더욱 비현실적으로 만듭니다.

 

 

 

이걸 어찌 표현해야할지, 밀키블루의 호수길을 따라, 네바다주같은 붉은 사막이 옆구리를 위협하는가 하면 앞에는 눈덮인 거대한 산맥이 장엄하게 펼쳐져있습니다. 뒤는 한여름이고 앞은 한겨울같은 풍경입니다.

 

 

 

 

호수로 향하는 길에 길게 이어진 수로를 따라가면 연어양식장이 나옵니다.

 

 

사실 푸카키는 연어양식으로도 유명한 곳이고 이곳을 들리는 분들이 연어양식장에서 연어회를 꼭 사먹으라고 추천을 하셔서 우리 가족도 연어양식장에 들렸드랬죠. 한국식 초장까지 팔고 있었고 싱싱하고 맛있는 연어회 역시 좋았습니다. 그러나 푸카키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에 연어회 먹은 이야기가 끼어들 틈은 없는 듯 합니다.

 

 

 

잠깐 차를 세운 곳에서도  죽은 연어가 보일 정도로 연어가 풍부한 푸카키

 

 

 

 

푸카키의 물빛이 신기하여 직접 내려가 만져보는 검이입니다. 가까이서 본 물빛은 연한 청회색빛입니다.

 

 

 

푸카키, 계속 쳐다보면서도 진짜같지가 않습니다. 검이 아빠도 물빛과 풍광이 판타지 영화의 세트같아서 실감이 안난다고 하네요. 푸카키가 더 예쁜데, 진짜 같지가 않아서 테카포가 더 예쁘답니다. 이상한 말이지만 저조차도 공감이 갑니다.

 

 

 

아이사이트마져 영화의 세트 같았던 푸카키, 이토록 아름다운데 관리하는 사람도, 구경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리도 아름다운 호수에 아무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정말 아무 시설도 없습니다. 심지어 아이사이트조차 방치된 느낌이랄까, 관광지라면 어김없이 들어서있을 듯한 음식점, 모텔, 기념품샵 그 어떤 것도 찾을 수 없고 삼삼오오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과 한가로이 산책하는 관광객들 뿐, 이런 것조차도 복잡한 땅에서 살다 온 우리에게는 가짜같이 느껴졌습니다.

 

 

 

노인과 바다의 헤밍웨이가 떠올랐습니다. 낚시하는 할아버지조차 연출된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낚시에 걸려올라온 엄청난 크기의 연어조차도 준비된 소품처럼 현실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곳은 많지만... 이렇게 신비로우면서도 조용한 곳이 얼마나 될까요. 시끄러운 곳에서 살고 있는지라 실감이 안나나 봅니다.

 

 

 

 

이런 호수를 따라 자전거를 달리고 어린아이 몸통만한 연어를 낚아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남편은 말합니다. 뉴질랜드에 중독되었다고... 이 한가로움과 권태로움 속에 파고드는 치명적인 아름다움, 저 역시도 버티기 어렵습니다. 운명으로 맺어지고 평생을 사랑한 땅은 멀리 있는데 만난지 열흘도 안된 이 땅의 유혹이 너무도 깊습니다.

 

그런데,

아름다움에 마냥 취해지지만은 않습니다.

 

일년에 고작 몇일을 쉬면서도 쉴 땅이 부족해 아웅다웅하는 내 고향 사람들, 시원한 줄만 알았던 푸카키의 남풍에 문득 가슴이 시립니다.  

 

 

 

 

셔터를 누르면....사진이 아니라 그림이 되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