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2.02.12-03.02 뉴질랜드 여행

부실한 아줌마의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 18 - 오마라마? 오아마루! 푸른 요정, 블루펭귄을 아시나요?

토달기 2013. 5. 26. 17:12

 

 

 

 

 

 

눈을 시리게 하고 가슴을 푸르게 했던 아오라키를 떠나 우리는 오마라마로 달립니다.

 

 

 

흔히 선택하는 캠퍼밴의 남섬일정은 크라이스트처치 출발, 테카포와 푸카키를 거쳐 퀸스타운으로 방향을 잡고 거기서 남섬 여행의 하이라이트라는 밀포드로 들어가는 여정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카이코우라로 올라갔다가 다시 크라이스트처치를 거쳤고 이번 역시 퀸스타운이 아니라 오마라마를 거쳐 동부해안을 타고 더니든으로 갈 것입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급수기가 물을 뿌리는 뉴질랜드의 농장들을 지나며 중부내륙으로 달립니다.

 

 


구글에서 경로보기 

 

마운트쿡 A에서 출발 오마라마 B와 오아마루 C를 거쳐 더니든까지 가는 것이 우리의 여정입니다.

 

 

 

이유는 뉴질랜드 여행을 계획할때부터 검이와 약속한 미션수행을 위해서입니다.

 

이미 세상에서 가장 큰 새, 알바트로스와 만났고 크레이피시도 잡았지만 아직 미션은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펭귄을 보는 것입니다. 좀 돌아가는 길이긴 하지만 자연상태의 펭귄, 특히 노란눈 펭귄을 만나기위해 더니든을 들렸다가 퀸스타운으로 갈 것입니다.

 

 

 

 

  오타고반도에서 만나게될 신비의 노란펭귄...

 

 

마운트쿡과 빙하호들은 헤어지는 순간까지 감동을 줍니다. 앞으로는 푸카키의 밀키블루, 뒤로는 아오라키의 만년설, 연인과 이별하듯 슬프면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도로를 막힘없이 달리는 기분은 더운 날 머리에서 발끝까지 시원한 샤워물을 내리는 듯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입니다.

 

 

 

떠나는 순간까지 감동을 주는 아오라키,  후사경으로는 만년설산이 보이고,

 

 

 

앞으로는 밀키웨이의 호수가 하늘보다 더 푸르게 펼쳐집니다.

 

 

 

뉴질랜드는 한참 늦여름이지만 더위를 느낄 수 없었던 것은 상쾌한 드라이빙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우리나라는 한참 무더운 날씨로 접어드는지라 더욱더 생각나는 그 맛, 더아이스바입니다.

 

 

 

빙하호와 만년설산만큼이나 시원하고 상쾌한 아이스바를 소개합니다.

 

 

 

 

 

뉴질랜드산 천연과일즙을 그대로 얼린 더아이스바

 

 

뉴질랜드산 과일즙을 얼려 만들어진 아이스바, 특히 남편은 레몬라임앤 비터에 완전히 중독되어 여행 중간중간 보일때마다 사먹곤 했습니다. 레몬 라임앤  비터는 호주 음료로도 유명하지만 이 아이스바는 뉴질랜드산 레몬라임 쥬스를 그대로 얼렸다고 하는데 그 맛이 정말 상쾌합니다.

 

 

 

 

검이 아빠를 매료시킨 레몬 라임 앤 비터, 깨끗하고 새콤상큼한 맛이 일품입니다.

 

 

첨가물이 없어서일까요, 아니면 과일이 좋아서일까요, 아이스바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 저마져도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청결한 맛이 일품이었고 남편말로는 태어나서 먹어본 아이스바 중 최고라고 하는데 지금도 뉴질랜드 하면 그 맛이 생각난다고 하네요. 그러나 가격이 꽤나 비싸서 마음껏 사먹을 수는 없었습니다. 혹시 여름(우리나라로는 겨울)에 뉴질랜드를 여행하시는 분들은  한번 맛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복숭아 맛과 생강맥주맛도 맛있으니 꼭 드셔 보세요.

 

 

 

 

마트마다 과일이 가득가득하고 맛있습니다. 그래서 아이스바도 맛있는 듯 합니다. 

 

 

 

유제품이나 고기류도 비싸지 않고 맛있습니다. 지구 반대편임에도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이 없었습니다.

 

 

 

마트에서 먹거리도 쇼핑하고 쉬엄쉬엄 달려 어느덧 도착한 오아라마 홀리데이 파크, 사람들이 선호하는 코스가 아니어서인지 한적하고 조용하면서도 소박한 느낌의 홀리데이 파크입니다.

 

 

특별한 일정없이 거쳐가는 곳이었지만 아늑하고 깨끗했던 오마라마 탑텐 홀리데이파크

 

 

그러나 이런 곳에도 시설 잘 갖춰져 있고 있을 것은 다 있습니다. 심지어 연못과 나무가 우거진 산책로까지, 뉴질랜드의 홀리데이파크는 정말 휴식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부러운 곳이라는 생각이 거듭 들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놀이터에서 맘껏 뛰어노는 검이를 보니 마음이 흐뭇합니다. 아이들은 놀때 가장 행복한 얼굴이지요.

 

유명관광지가 아니고 사람들도 몇 없었지만 잘 가꾸어진 조경, 연못과 산책로를 비롯해 있을 것은 다 있는 곳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오마라마와 이름이 비슷한 동부해안의 작은 마을 오아마루로 향했습니다. 이른 아침의 신선한 공기에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는 남섬의 풍광들이 여지없이 펼쳐집니다.

 

 

 

이제는 흔한 풍경이 되어버린 목장들을 지나

 

 

 

액자속 풍경같은 곳에서 캠핑을 즐기는 이들에게 손을 흔들고

 

 

 

이름 모를 강줄기조차 환타지의 한 장면같은 남섬의 절경에 아침부터 취기가 오릅니다.

 

 

 

 한낮이 다되어 도착한 오아마루는 오래된 유렵풍의 건물들과 급경사의 언덕들이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 잔뜩 구름낀 하늘 탓에 영국풍의 건물들이 더욱 고풍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오아마루에 들어서자 오래된 유럽의 도시를 보는 듯한 시가지가 펼쳐집니다.

 

 

 

석회암으로 지은 고급건물들이 많아 '하얀 돌의 마을'이라고 불렸던 오아마루 시가지

 

 

 

멀리 보이는 가파른 언덕은 차로도 올라가기 버거워 보이는데도 양옆으로 집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오늘의 최종목적지는 더니든이지만 오아마루에 들른 것은 더니든에서의 노란눈 펭귄을 보기전에 오마라마의 명물 블루펭귄을 보기위해서죠.

블루펭귄은 얼마전 정글의 법칙 병만족이 채텀섬에서 만난 바로 그 귀여우면서도 한 성질하는 뽀로로 닮은 펭귄입니다.

 

 

 

 

블루펭귄의 모습, 작고 귀엽지만 눈매만큼은 매섭습니다. 뽀로로는... 안경빨이 맞네요.

 

 

정식 명칭은 쇠푸른 펭귄인데 세계에서 제일 작은 펭귄으로 유명하죠. 30센티미터 자만한 앙증맞은 크기와 몸에 도는 푸른 빛 때문에 꼬마요정이라고도 불리는 귀여운 펭귄이지만 사냥에 능하고 사나운 성격으로 한 성질 하는 녀석이랍니다.

 

낭만적인 것은 6년 남짓 사는 이 작은 요정들이 태어나서 2-3년이 되면 짝을 만나는데 이 짝과 헤어지지 않고 남은 반평생을 산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블루펭귄은 일부일처제를 지킨다고 하네요. 호주 남부의 일부해안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 펭귄을 볼 수 있는 것이 뉴질랜드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이곳, 오아마루의 블루펭귄 체험이 특히 유명합니다.

 

 

 

블루펭귄 인형으로 가득한 오아마루 아이사이트, 여기서 블루펭귄 체험 예약이 가능합니다.

 

 

 

블루펭귄 책을 유심히 바라보는 검이를 위해 블루펭귄 서식지 체험을 신청했습니다.

 

 

블루펭귄은 야행성이라 야간에 사냥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블루펭귄의 행렬을 보는 체험이 있습니다만 우리는 더니든으로 향하는 일정때문에 낮에도 볼 수 있는 블루펭귄의 서식지 체험만을 신청했습니다.

 

 

 

 

야간에 블루펭귄이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관람석, 우리 가족은 일정 탓에 야간체험은 할 수 없었습니다.

 

 

 

블루펭귄 서식지 체험 센터에서 살아있는 블루펭귄의 생태와 서식환경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관람로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블루펭귄의 서식지를 볼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 분양받은 블루펭귄 임대하우스, 저 안에도 평생 결혼서약을 깨지 않는다는 블루펭귄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블루펭귄에 대한 안내문을 꼼꼼히 읽어보는 검이, 이 순간 보람을 느낍니다.

 

 

 

아쉽게도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액자에 담긴 블루펭귄을 찍어봤습니다.

 

 

좀 고약한 냄새가 나기도 했고 직접 이동하는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땅굴속에서 숨죽이고 있는 블루펭귄들을 보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었습니다. 특히 펭귄에 관심이 많은 검이에게는 좋은 추억이 되었을 것 같네요.

 

 

 

세상에서 가장 큰 황제펭귄을 직접 보는 것이 소원인 검이는 오늘 세상에서 가장 작은 펭귄을 보았습니다.

 

 

블루펭귄 체험, 우리 가족에게는 괜찮았지만 펭귄이나 조류에 관심이 크지 않은 분들이라면 크게 추천할만한 코스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어두운 굴속에서 꼼짝않는 블루펭귄을 보는 것이 모든 분들에게 유쾌한 경험은 아닐테니까요. 냄새도 좋은 편은 아니었고요. ^^

 

 

오아마루는 한때 바다표범 사냥으로도 유명했던 곳이라 하는데 블루펭귄 뿐 아니라 물개도 참 많더군요. 바닷가 근처라면 어디든지 물개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건물들도 특색있고 바다의 풍광이 좋아 펭귄이 아니더라도 한번 들러볼만한 곳입니다.  

 

 

 

조금은 거친 느낌의 바닷가엔 바위와 혼연일체된 물개들이 숨은그림찾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물개들은 항상 어딘가 가려운가봐요. 이 장면에서 또다시 초롱이가 떠오릅니다.

 

 

 

초롱이도 아토피로 늘 얼굴을 긁곤 하는데... 초롱아, 너 물개 닮았더구나. 보고 싶다! ㅜㅠ

 

 

 

 

블루펭귄과 아름다운 해안 뿐 아니라 고풍스러운 건물이 특색있었던 오아마루

 

 

 

해변을 따라 관광객들을 실은 미니 기차도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남섬을 여행하며 기대했던 곳들은 모두 좋았습니다. 아니, 기대 이상이었죠. 그런데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곳, 블루펭귄만 보고 잠깐 들러가는 곳으로 생각했던 오아마루조차 특색있는 유럽풍의 건물들과 소소한 즐거움들이 함께 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느끼는 것은 뉴질랜드의 자연을 닮은 듯 편리하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조심스럽고 정갈하게 만들어진 최소한의 시설들, 아이스바까지도 아무것도 더하지 않은듯 깨끗하기 그지없는 맛, 순수함입니다. 그 때문에 혹시 우리의 발자취가 더럽지는 않았는지 뒤돌아보게 됩니다.

 

처음 뉴질랜드에 들어올때는 까다로운 입국절차에 귀찮아하기도 했었지만 어느덧 뉴질랜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것이죠.

 

 

뉴질랜드는 원전이 없는 나라로 수력발전, 지열, 풍력, 태양광 등을 통해 전력을 얻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어릴 적 기억 속 시골 풍경이 떠오릅니다. 비가 오면 빗물이 고인 곳에서 물놀이를 하고, 냇가를 만나면 멱을 감고 물을 마시기도 했죠. 과일 서리를 하면서 씻어먹지 않아도 농약 걱정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불과 저의 어릴 적만 해도 우리나라 역시 깨끗하고 아름다운 곳이었고 교과서에 나온 파란 하늘을 가진 나라라는 말이 조금도 의심스럽지 않았습니다.

 

 

 

저 이슬을 그대로 받아 마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어릴 적 맑은 시냇물에 목을 축이던 생각이 나네요.

 

 

지금은 땅도 회색, 건물도 회색, 하늘도 회색으로 가득하지요. 그래서 사람들 마음까지도 회색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조금 남아있는 곳들도 하나하나  찾아내어 개발하고 댐을 쌓는 내 고향 생각에 가슴이 아프네요. 올림픽을 계기로 평창의 깊은 숲들이 파헤쳐지고 몰려드는 외지인과 중국인들에 제주도마저 땅 투기가 시작되었다고 하니 다이나믹 코리아는 계속 발전하고 우리 땅은 구석구석 더욱 편리해지겠지만 어쩐지 마음 한편이 불편합니다. 

 

 

 

뉴질랜드는 첨단하고는 거리가 멀고 불편한 구석이 많은 나라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편리함과 편안함은 다른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경쟁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살다와서 그런지 새들마저 사람을 피하지 않는 이곳에서 공존의 편안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뉴질랜드도 살다보면 언젠가 편리함이 그리워지겠지, 사람 사는 곳, 다 그렇겠지, 결국 우리나라와 별 다를바 없겠지 하며 마음을 달랩니다.

 

 

 

하늘 빛과 물 빛이 모두 푸르러서 저 갈매기는 높이 날지 못하나 봅니다.

 

 

 

깔끔하고 상쾌한 레몬 라임 앤 비터의 맛을 음미하면서 우리는 더니든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대자연이 만들어낸 또하나의 신비로움을 만날 예정입니다.

 

바로 모에라키 볼더스입니다.